[차이나리포트] 쭝칭허우, 마윈, 왕웨이....최고 부호 변천사로 본 달라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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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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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부동산 강세에서 IT 등 첨단산업으로, 마윈 등장이 전환점

  • 지난해는 중국 최대 택배업체 순펑택배 왕웨이가 '다크호스'로

[왕웨이 순펑택배 회장]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올해 중국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기업인은 단연 순펑(順豊)택배의 창업자 왕웨이(王衛)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택배시장의 파이도 급증하면서 순펑 택배의 주가는 상장 직후부터 그야말로 순풍(順風)을 탔다. 순펑은 전기차 업체 비야디, 부동산개발업체 완커, 로봇을 통한 자동화 생산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가전업체 메이디를 제치고 선전거래소 시총 1위 기업에 등극했다. 염색공 출신에 직접 택배기사로 뛰며 기업을 중국 택배왕으로 키워낸 왕웨이는 중국 부호 3위에 오르며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연구원이나 미국의 포브스 등은 매년 세계 부호순위를 공개하고 시장은 이를 주목한다. 특히 빠르게 늘어나고 매번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하는 중국 부호 순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중국의 막대한 부(富)의 축적에도 시선을 뗄 수 없지만 그 속에서 중국 산업 생태계 변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초고속 성장 중국, 제조업과 부동산에서 IT로
 

[(왼쪽부터)류융하오, 류융싱 신시왕그룹 공동창업자]


2001년 중국 최고 부호의 자리에 오른 것은 중국 최대 동물 사료업체이자 농업 현대화를 앞장서 이끈 신시왕(新希望)그룹의 류융하오(劉永好), 류융싱(劉永行) 형제였다. 이들은 2001년 후룬 중국 최고 부자로 선정됐다. 당시 신시왕그룹은 농업과 사료 제조업, 유통업의 융합하는 혁신으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이후 중국 최고 부자 왕좌의 주인은 계속 바뀌었다. 대부분은 인프라와 부동산, 제조업 기업 수장이었다.

2002년에는 중신그룹 산하의 인프라 건설업체인 중신타이푸(中信泰富)의 룽즈젠(榮智健) 회장이 최고 부호의 왕좌 올랐고 2004년과 2005년, 2008년에는 중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 체인업체 궈메이(國美)의 황광위(黃光裕) 회장의 차지였다. 

 

[양후이옌 비구이위안 회장]

 

[쭝칭허우 와하하그룹 회장]


중국 대표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의 회장이자 1981년생 미녀 재벌 2세인 양후이옌(楊惠妍)은 2007년, 중국 최대 식음료 회사 와하하(娃哈哈)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은 2010년과 2012년에 최고 부호에 등극했다. 지우룽(玖龍)제지의 장윈(张茵) 회장이 2006년, 량원건(梁穩根) 싼이(三一)중공업 회장은 2011년 중국의 최고 부호였다. 
 

[딩레이 왕이 회장]

 
제조업 발전과 빠른 개발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은 양적성장의 한계에 직면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조업 선진화를 중시하고 동시에 인터넷, 친환경에너지 등 혁신형 첨단산업을 주목했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로 창업문턱이 낮아지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대주가 늘고 주식시장 발전과 함께 기업공개(IPO)로 성장 탄력을 받는 기업도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파도를 타고 가장 먼저 중국 최고 부호에 이름을 올린 IT 기업인은 중국 최초의 검색포털 왕이(網易·넷이즈)의 창업자 딩레이(丁磊)다. 1997년 설립된 왕이는 중국 포털업계의 큰 형님으로 2000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이후 기업 입지를 다지고 실적 상승곡선을 보이면서 왕이의 주가도 크게 올랐고 딩레이는 2003년 중국 최고부호가 됐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


과거에는 없었던 분야를 개척해 성공을 일궈낸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왕촨푸다. 왕촨푸(王傳福)는 글로벌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경쟁하며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에 등극한 비야디(BYD)의 창업자다. 

왕촨푸는 중난대학에서 금속제련물리화학을 전공했으며 1995년 비야디를 창업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01년 비야디는 니켈카드뮴 전지 세계 1위, 니켈수소전지 세계 2위, 리튬이온전지 세계 3위에 등극하는 ‘기적’을 이뤘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와 기술력을 확보한 비야디는 2003년 시안친촨(秦川)자동차 회사를 인수해 전기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고 세계 1위의 전기차 생산업체가 됐다. 2009년 중국 최고부호에 오른 왕 회장은 당시 성공의 비결을 ‘모험정신’으로 꼽으며 “비야디는 기적을 창조한 기업”이라고 자찬했다.

◇ 마윈 등장, IT가 대세로…”변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사진= 신화통신]


“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느냐가 세상을 만든다”
“ 80년 대에는 용기로, 90년 대는 인맥으로 돈을 벌었지만 이제는 지적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 인터넷은 미래 30년 3000m 장거리 경주에 영향을 줄 것이다. 토끼처럼 빨리 뛰고 거북이처럼 인내심을 발휘해 달려야 한다”

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의 수장이자 글로벌 기업인으로 입지를 굳힌 마윈 회장이 남긴 어록의 일부다.

사실 중국 산업구조의 중심축이 부동산과 제조업에서 IT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신호는 2014년에야 나왔다. 알리바바의 급성장과 함께 마윈이 중국 최고부호에 이름을 올리면서 중국 산업 생태계도 전통산업과 IT 등 신흥산업 간의 뚜렷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2014년 알리바바는 25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마윈은 순식간에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됐다. 당시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는 뉴욕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의 유통, 판매의 방식에 변화를 일으켰음은 물론이고 금융전담 관계사인 앤트파이낸셜(마이진푸)로 제3자결제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 인터넷 은행 등 온라인 금융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이 외에 동영상 스트리밍,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손을 뻗고 있다. 중국 IT 산업 전반의 빠른 발전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마윈은 '인터넷'의 파도를 타고 전자상거래 불모지에서 알리바바를 키워냈다. 최근에는 전 세계의 중소기업이 자신의 물건을 팔고 전 세계의 소비자가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전자세계무역플랫폼'(eWTP, Electronic WorldTradePlatform) 구축을 주장하며 알리바바 생태계를 세계로 확장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마윈의 부상을 기점으로 중국 IT 기업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중국 부호 순위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2017년 중국 부호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인 중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딩레이,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등 IT 기업인이 무려 4명에 달했다.

최근 막을 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 생긴 해프닝도 변화가 일고 있는 중국 산업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이자 중국 타일 제조업체 마르코폴로 회장인 황젠핑(黃建平)이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짝퉁과 상표 도용업체, 불법 판매업체 천지”라며 “중국 실물경제 부진은 마윈의 공이 크다”고 비판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관영언론 CC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거리전기의 둥밍주(董明珠) 회장, TCL의 리둥성(李東生) 회장, 쭝칭허우 회장 등이 제조업 부진의 이유를 설명하다 마윈을 공격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러한 사례는  알리바바 등 신흥 기업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굴지의 기업조차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중국 제조업계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해 마윈은 앞서 이렇게 말했다. “전기가 생겼을 때 전기를 거부하고 석탄과 마차만 좋아했다면 인류는 진보의 기회를 잃었다. 실물경제가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을 포용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건 죽음 뿐”이라고 말이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사진=신화통신] 


이 외에 전통산업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른 기업보다 한발 먼저 변화를 꾀한 기업의 성공도 주목할 만 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최고 부호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이 대표적이다.

완다그룹은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개발업체였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만 의지해 생존할 수 없음을 진작에 간파한 왕 회장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글로벌 유명 극장체인, 영화사, 스포츠 미디어기업 인수에 열을 올렸다. 중국 전역에 테마파크 완다시티를 20여개 조성한다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디즈니랜드에 도전장도 내밀었다.

전국 각지로 뻗어있는 대형 복합 쇼핑몰 완다프라자와 전자상거래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O2O(온·오프라인 통합)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 매출 비중이 여전히 상당하지만 서서히 줄이며 기존의 개발투자 중심에서 임대업 중심으로 변화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IBM과 손을 잡고 중국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진출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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