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대우, ‘대우·종합상사’ 지우고 ‘종합사업회사’ 새 미래 제시

입력 : 2017-03-22 15:42

포스코대우는 22일 인천 송도사옥에서 창립 50주년 통합 출범식 행사를 가졌다. 김영상 사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포스코대우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대우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대우가 22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우’와 ‘종합무역상사’를 지우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포스코대우는 이날 오전 인천 송도사옥에서 창립 50주년 행사를 사내 행사로 조용히 치뤘다. 생일잔치지만 행사명은 ‘포스코P&S와 통합출범식’이었다.

해체된 대우그룹이 같은 날 김우중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들이 모여 성대한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됐다. 이러다보니 행사 규모는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겠다는 것이 포스코대우측의 입장이다.

포스코대우는 이날 기념식에서 과거의 영광 언급은 최소화하는 대신 미래 5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비전 ‘Beyond Trade, Pursuing Future Business’(무역을 넘어 신 비즈니스를 추구하다‘를 선포했다.

비전은 기존 무역상사를 넘어 직접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새로운 사업모델과 차세대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고객가치를 창출해나가는 종합사업회사로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포스코대우의 핵심역량은 인적, 정보, 사업 네트워크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하여 사업을 이끌어가는 포스코대우인”이라며 “내가 사업을 주도한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 창출에 뛰어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직원 각자의 비즈니스 근성과 도전의 DNA에 신뢰와 협업의 문화를 융합하여 경쟁력과 품격을 갖춘 회사로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포스코대우의 전신은 대우실업으로, 대우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이자, 대우그룹의 ‘세계경영’을 최선두에서 추진했던 핵심기업이다. 1982년 대우개발과 합병해 (주)대우로 이름을 바꿨다. (주)대우는 철저하게 상업, 이 가운데에서도 수출을 추구, 1967년 설립 후 7년간 회사 매출의 100%를 수출로 거둬들였으며, 삼성물산, 쌍용물산 등과 함께 1975년 국내 최초의 종합무역상사로 지정되어 1978년 수출 1위에 올라서는 등 우리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 선두에 섰다. 1978년 1996년에는 한국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했다.

(주)대우는 다른 대기업 산하의 종합무역상사와 달리 본사 제품 취급률이 가장 낮았다. 1990년대 당시 삼성물산이 95%, 현대종합상사가 98%로 계열사의 수출대행 역할에 집중한 반면, 포스코대우는 6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나 해외 진출 지역에서 얻은 광물이나 면화, 원유 등을 중개무역 하고 돈을 버는 방법으로 채웠다.

(주)대우는 ‘작은 대우그룹’으로 불렸다. 무역과 건설을 양대 축으로 금융과 마케팅, 세일즈 전문인력이 다수 포진해 자체적으로 사업의 모든 업무를 해결했다. 국내 종합무역상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에 걸맞는 이상적인 사업 구조를 갖춘 기업이었다. 다수의 기업들을 인수, 설립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대우그룹의 전체 형태는 (주)대우의 모델을 확장시킨 것이었다.

또한 (주)대우는 자율경영을 가장 먼저 실시,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인 대우그룹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 중간 관리자나 대리급들을 믿고 그 사람들에게 많은 책임을 줬는데, 대리에게 2000만 달러까지 계약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직원 개개인이 책임의식을 갖고 일이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즉, 포스코대우 임직원 한명이 소기업 사장 역할을 맡아, ‘상생’과 ‘각자도생’을 추구했다.

(주)대우는 모그룹 해체 뒤 대우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꿔 10년간 채권단 관리에 있다가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국내 최대 전통 제조업체와 국내 최고 무역상사의 결합에 시너지를 낼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포스코 인수를 추진했던 정준양 당시 포스코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 못지않게, 대우의 도전정신이 포스코 기업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시 중장기 성장전략에 무역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을 그룹내 알짜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리와 통제, 상명하달식 포스코의 기업문화와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기업문화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룹내 위상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드러났고, 2014년 취임한 권오준 회장이 철강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도 조정 대상으로 간주됐다.

공식적인 인력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해외 지사에 근무하던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의 사퇴가 이어진 것도 이 때부터다. 모그룹의 통제가 원인이었다. 내재된 갈등은 2015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미얀마 가스전 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불거지면서 절정에 달해 당시 전병일 사장이 항명하는 사태로 번지며, 권 회장 리더십에 깊은 흠집을 남겼다.

포스코가 관련 책임자를 물러나게 하고,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없던 일로 하면서 상처는 봉합됐다. 지난해에는 회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바꾸고, 이분화 되었던 철강재 유통 사업도 지난 1일 포스코P&S가 보유하고 있던 사업을 포스코대우가 인수하면서 일원화 됐다. 이전까지 포스코 철강재는 내수는 포스코P&S가 수출은 포스코대우가 담당했다.

포스코나 포스코대우 모두 이제 충돌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완전한 물리적·화학적 결합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이제는 ‘대우’와 ‘종합무역상사’의 흔적을 없애고 ‘종합사업회사’로서의 새로운 ‘포스코대우’로 길을 나서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대우의 향후 행보는 결국 모기업인 포스코가 포스코대우의 가치와 위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포스코의 품안에 품으려고 하지말고, 포스코대우의 개성을 인정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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