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똑똑한 배우’ 백성현, ‘보이스’는 그저 거들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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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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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을 열연한 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혹자는 그에게서 ‘아역 배우’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어떤 배우에게는 그런 꼬리표가 한없이 무거운 부담감으로 다가온다거나 또 다른 책임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 백성현은 어떤 부담감과 책임감보다도 자신이 걸어왔던 그 길 그대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인생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를 연기 경력 약 25년만에 만났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물이지만 놀랄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잘해내줬다.

배우 백성현은 OCN ‘보이스’에서 무진혁(장혁 분)을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심대식으로 열연했다. 그의 캐릭터 설명은 위와 같은 단 한 줄 뿐이었으며, 그저 주인공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뚜껑을 열어봤을 때 그의 존재감은 그 어떤 주인공 보다도 묵직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성현은 ‘보이스’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환한 웃음으로 유쾌한 인터뷰를 이끌어 갔다.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시작했어요. 즉, 제가 범인의 빨대 역할을 하는 공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죠. 중간에 장경학 계장(이해영 분)이 의심받도록 몰아갔는데 결국 뿌린대로 거두는 나쁜놈이 됐습니다. 하하.”

백성현은 극중 은형동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오랫동안 의심받았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이 공범이라는 사실을 모르게 연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이 드라마 시작부터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댓글을 보며 흡사 “마피아 게임에서 오랜만에 마피아가 됐는데 바로 마피아로 지목 당한 허무한 기분이었어요”라고 비유하며 멋쩍게 웃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을 열연한 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말은 그랬지만 백성현은 장혁의 가장 가까운 동생이자, 또 가장 위험한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온도차이를 이질감 없이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 받았다. 장르물 도전은 처음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보이스’ 촬영 내내 신기하고 즐거웠었다고 밝혔다.

“진짜 신기했어요. 처음에 1회분을 촬영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봤던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는거에요.(웃음) 그런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저희가 16부작이지만 중간에 한 주 정도 쉰 적이 있어서 촬영 기간은 20부 정도 됐어요. 그런데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기분이에요. 보통 어떤 작품을 할 때면 중간에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데 ‘보이스’는 촬영 내내 즐거웠어요. 현장 가서 사건 해결하고 체포하는 것들이 너무 좋았죠. 생각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아서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올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는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할을 ‘오셀로’의 이아고 같은 캐릭터를 그렸단다. 간사하게 연기할 수 있지만 오셀로의 믿음을 받는 충신한 부하의 모습. 그런 부분에 집중하며 연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심대식 연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형 장혁과, 장르물의 연기에 백성현이라는 배우의 색채를 입히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했던 김홍선 감독의 도움으로 무사히 잘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드라마를 통해 장혁의 진짜 팬이 됐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혁 형님의 진짜 팬이 됐어요. 사인도 받았답니다. 하하. 장혁 형님과는 정말 화기애애 했어요.(웃음) 형님께서 연기에 대한 모티브들을 정말 많이 던져주셨어요.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했는데, 감독님과 형님 덕분에 잘 할 수 있었어요. 정말 재미있고 뜻깊은 현장이었습니다.”

장혁을 향한 존경심을 마음껏 드러냈지만, 사실 백성현은 연기 경력에 있어서만큼은 장혁보다 선배였다. 그는 6살이었던 1995년 ‘바람은 불어도’의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을 열연한 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형님들이 ‘선배님’이라고 장난을 많이 치세요. 사실 그런 게 참 힘들 때가 있어요. 제가 작품들을 아역부터 지금까지 이것 저것 많이 했지만 늘 아역배우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매 순간 작품 들어오는 것에 대해 노력하려는 것뿐이지 아역배우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다행히도 지난해부터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옛날 작품이 아닌 현재의 작품에 집중해주시는 것 같아서, 이제 방향을 잘 잡아서 가고 있구나 싶어요.”

긴 연기 경력만큼이나 출연한 작품도 많다. 그러나 그가 출연했던 작품 중 임팩트 있었던 작품은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마 백성현은 조급하지는 않았다. 뻗어있는 길 그대로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 길 위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조금 더뎠지만, 올바르게 걸어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이스’를 통해 연기 꽃이 피었다. 모르긴 몰라도 장르물과 백성현의 케미스트리는 꽤 좋은 모양이다.

“솔직히 연기는 다 즐겁고 재밌어요. 이번에 장르물을 처음 했지만, 제작사 대표님께서도 저를 오래 뵌 분인데 머리카락을 왜 이제 잘랐냐고 하시더라고요. 잘 어울린다고요.(웃음) 특히 이번 ‘보이스’가 저의 매력을 좀 더 보인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작사 대표님의 이야기를 늘 고민하고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요. 장르물이 재밌긴 하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 높아지고요.(웃음)”

‘보이스’에서 소름돋는 명품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자아낸 백성현은, ‘보이스’ 이후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 ‘보이스’의 작가 역시 그런 백성현의 눈빛을 보고 악역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종방연 때 작가님께서 제게 악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제가 팔랑귀라서 주위분들이 많은 말씀을 해주시니까 악역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어요. (웃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을 열연한 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백성현의 강렬한 눈빛에 빠져들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만큼 그의 눈에는 단 한 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이 없어 보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탤런트를 발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의 탤런트를 끄집어 올린 작품이 바로 ‘보이스’였다.

‘보이스’는 백성현에게 어떤 작품일까.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제 프로필을 알려 줄 때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라피가 됐으면 해요. 진짜 제가 재미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생각으로 작품에 임해왔고, 신념 비슷한 그런 것들을 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첫 시작은 미미하겠지만요. 사실 ‘보이스’에서 시놉시스에는 대식이가 한 줄 정도 뿐이었어요. 그냥 ‘무진혁의 옛 강력팀 동생’이었죠. 드라마가 뒤로 갈수록 쫄깃한 전개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장혁 형님과 ‘아이리스’를 같이 했지만 합을 맞춘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함께 하고 싶기도 했고요. 감독님ㅁ이 저를 키워주셔서 좋은 역할을 맡게 됐지만, 제 자신도 이 작품을 한 게 뿌듯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이스’라는 작품은 꼭 보라고 주변에 권유도 많이 했어요. 진짜 재밌다고요.(웃음) 그만큼 제게는 자랑스러운 작품이에요. 끝날 때도 정말 행복했고요. 많은 분들이 보이스를 봐주시고, 재밌다고 해주셔서 너무 뿌듯하고 재밌었습니다. 또 장혁 형과 연기 한 게 정말 즐거웠어요. 참 자랑스러운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웃음)”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들어준 ‘보이스’. 백성현의 깊어질 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장혁 형님이 제게 ‘고생했다’고 하셨어요. 그땐 마치 너무 존경하는 교수님께 칭찬받는 느낌이었죠. ‘네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했던 부분들을 잊지 말고 좋은 배우가 돼라’가 하셨어요. 형님 말씀대로 앞으로도 고민 많이 하고 똑똑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게요.(웃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심대식 역을 열연한 배우 백성현이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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