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허망한 퇴장, 웃음이 가당키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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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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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국정시스템이 문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웃음이 이처럼 사람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인 줄 이제 알았다. 그는 여전히 부끄러움, 즉 염치가 없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였다.

무슨 배짱일까? 그의 앞길에는 이제는 사법처리의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었다. 무슨 뜻일까? 경찰의 요란스러운 호위도 어이가 없다. 무슨 근거일까? 누가 그를 해코지라도 할 것을 우려한 것일까?

아무도 그의 귀가에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했다. 그냥 기록물로 남기면 될 일이었다. 주요 방송사들이 휴일의 황금시간대를 할애해서 생중계를 할 일인가. 파면당한 공무원 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것도 이틀을 버티고서.

파면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 그 함의를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지위를 누리려 하고 있다. 그런 모습이 우리 정치를 후진적으로 만든다. 보스의 출소를 기다리는 조폭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그의 돌아가는 모습은 그래서 보기 싫었다.

과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거움을 알고는 있었을까? 지금에서 드는 의문이다. 그가 청와대에 있을 때 보았던 선친의 모습을 자칫 대통령의 진정한 모습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여전히 왕조시대에 사는 것일까?

진정한 의미의 시민혁명을 피를 흘리며 이뤄놓고도, 심정적으로는 아직도 '왕의 귀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냥 죄송하다고. 자신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에 대한 참회는 없었다. 그런데 진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밝혀질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그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일부 세력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여전한 그의 관심에 목을 맨 탓일까?

대한민국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이처럼 권력층이 국정농단을 통해 국민들을 분노케 한 적이 없다. 그런 상황을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횡행한 것이 너무도 부끄럽다.

국정시스템은 이미 마비돼 있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민낯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선실세로 불렸던 최순실씨의 비서진이었다. 그 많던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정상적인 국가 조직에서는 어느 누구도 대통령을 향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실력이다. 현 주소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비선 실세들의 농단뿐 아니라 그런 농단을 막지 못한 국정시스템이다.

어떻게 법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보좌할 생각이 이나. 개인이 소유한 회사라고 해도 내부 고발자가 존재해 개인의 비리가 드러나게 마련인데 어째서 대한민국이라는 국정시스템은 고장이 났던 것일까?

대기업 총수들을 탓하는 여론이 높다. 그들도 공범이라고 한다. 공직시스템이 마비된 상태에서 민간 부문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기업 입장을 생각해보자. 그런 고민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에는 드러나 있다.

아무리 이해를 해도, 여전히 풀리지 않을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가능할 만큼의 국정시스템이 돼버린 것일까?

이제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이러한 국정시스템에서는 다시 다른 권력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문제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12일 청와대에서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참담함을 다시 안겨주었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일까?

바뀐 것이 없다. 20차례에 걸쳐 국민의 3분의 1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그의 잘못을 추궁했고, 그것을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탄핵 절차를 통해 파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하다. 부끄러움, 염치가 없는 얼굴을 대한 국민은 그래서 불행하다.

20차 촛불집회를 통해 승리를 자축했던 시민들에게 그는 만면에 가득한 웃음으로 다시 도발을 했다. 여전히 촛불혁명은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그의 지지자들이 그를 향해 흔드는 태극기가 가당키나 한가? 태극기의 위엄과 존엄이 더 이상 추락되지 않아야 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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