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마음의 장벽 속 무너지는 '지구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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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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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1945년 영국에서 발행된 잡지 와이어리스 월드에는 '외계로부터의 전달'이라는 소설이 실렸다. 유명한 공상과학 소설가인 아서 클라크의 글에서 전세계 사람들은 빛의 속도로 통화를 하는 세상을 살아간다. 이 작품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망이 지구를 하나로 묶는 이른바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2017년 현재 클라크의 상상은 현실이 됐다. 통신의 발달로 인한 세계인들의 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좁혀지고 있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사용인구는 올해 내로 20억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70억 인구 중 3분의 1의 가까운 이들이 페이스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통신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앞에 놓은 국제적 상황은 '지구촌'이라는 단어를 무색케한다. 지난 여름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은 속속 장벽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EU라는 공동체를 떠나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자는 브렉시트를 선택하며 자국 우선주의에 불을 당겼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끌면서 지구촌의 촌장 노릇을 했던 미국은 어떠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특정 이슬람 국가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세계를 뒤흔들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었지만, 정작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높게 나타났다.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는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놓고도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유권자 대부분의 마음 속에는 이미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유럽에서도 '지구촌'보다는 '우리나라'가 더욱 득세를 하는 모양새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은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며 결선 진출이 확실시 되고 있고, 난민유입에 관대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도전은 위협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빛의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할 기술을 얻었지만, 서로의 메시지는 마음의 장벽에 막혀 갈 곳을 잃고 있다. 70년전 클라크가 놀라운 상상력으로 꿈꿨던 세계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지금처럼 증오의 장벽을 세워나가면서 갈가리 갈라지는 모습은 아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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