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관의 시선] 신탁사의 재개발·재건축 '공격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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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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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최근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총회에서 참석 주민 651명 중 627명 찬성으로 한국자산신탁이 재건축 사업의 예비 신탁사로 선정됐다. 재건축 사업속도를 높이고 투명성도 좋아진다는 기대 때문에 주민들이 신탁방식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고 한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부동산 신탁회사가 아파트 소유주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아 대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 개정돼 올 3월부터 신탁 대행 방식을 통해 부동산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단독 시행이 가능해졌다.

신탁사 재건축 방식은 기존 '조합설립-건설사 수주-책임준공' 방식을 벗어나 '조합설립 생략-자산신탁사(자금)-건설사(단순시공)' 방식이어서 조기 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럴 경우 정비·설계·시공을 맡을 업체 선정 작업이 초기에 이뤄져 일정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비사업 조합이 땅을 신탁하면 신탁사가 시행자 역할을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책임지게 된다. 신탁사의 참여로 그간 시행 주체인 조합의 부족한 자금력, 전문성 미비 등의 문제로 사업 진행이 지연됐던 사업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도시재생 사업에 조합이나 시공사 등 여러 주체간 갈등과 유착관계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고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탁사가 중립과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소규모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여겨졌던 신탁사들이 강남과 여의도 등 노른자위 정비사업에 뛰어는 것은 이 같은 장점이 있어서다. 신탁사들은 특히 내년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부활할 경우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이익금의 최대 50%가 환수되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통해 얻은 수익을 지켜야 하는 재건축 단지로서는 신탁 방식 재건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한국자산신탁의 여의도 시범단지 수주는 신탁사 영토확장의 시작에 불과한 듯 싶다. 지난달 서초구 한성교회에서 열린 방배삼호아파트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 설명회에는 토지등소유자 총 852명 가운데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단지는 2000년대 초반 추진위가 설립된 이래 10년 이상 사업이 정체된 곳으로, 재건축 동력을 잃어버린 사업지다.

같은 달 설명회가 진행된 신반포2차 아파트 또한 2000년대 초반 추진위가 설립된 이래 비대위와 소송 등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곳으로, 시공사가 선정됐다 취소되는 등 오랜 기간 재건축 사업이 난항을 겪어온 사업지다.

재건축 사업 수주에 적극 행보를 보이는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약 2000여개, 각 사업장 분양매출액이 2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신탁사 입장에선 최대 20조원의 먹거리가 있다고 본다"면서 "오랜 기간 사업이 표류하는 것을 지켜본 주민들이 사업에 활로를 찾기 위해 신탁방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모든 재개발·재건축이 중간에 잡음하나 없이 순항을 한다면 좋겠지만 앞선 사례를 보면 사업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경기부침도 겪고 그에 따라 갖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 특히 서울 재건축 추진 대단지 아파트가 신탁방식 재건축을 최종 확정해 시공에 들어간 사례는 아직 없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전체 소유주의 75% 이상의 동의를 받고, 전체 토지의 3분의 1 이상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보통 오래 거주한 주민들 중에는 재건축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상당수 주민이 반대한다.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특히 그렇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투명성과 신속성, 전문성에 있어 조합 방식과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항상 불안하다. 신탁사가 꼬인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해결사로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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