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려진 시간' 강동원·신은수의 잔혹동화 "이 얘기를, 네가 믿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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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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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수린 역의 신은수(왼쪽), 성민 역의 강동원[사진=영화 '가려진 시간'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긴 기다림 끝, 소년과 소녀가 재회했다.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은 소녀에게 어렵사리 고백한다. “이 얘기를, 네가 믿어줄까?”

엄마를 잃고 새 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를 온 수린(신은수 분)은 어느 하나 마음 붙일 곳도 없이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지낸다. 쓸쓸히 시간을 견디는 수린 앞에 소년 성민(이효제 분)이 다가온다. 어딘지 똑 담은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지고, 둘만의 언어와 공간에서 추억을 쌓아나간다.

어느 날, 성민을 비롯한 아이들은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아이들 중 유일한 마을로 돌아온 수린은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을 만났다”는 등, 허황된 소리만 늘어놓는다. 어른들은 수린의 진술을 못마땅해하고, 놀이터에서 산에 올랐던 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된다.

모두가 아이들의 생사를 걱정하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성민이며 가려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긴 기다림 끝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남자를, 수린은 성민이라 믿는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수상쩍은 남자가 실종사건의 범인이라 주장하고 그를 잡기 위해 애쓴다.

영화는 판타지를 기반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너무도 잔혹한 현실을 짚고 있다. 내몰리는 아이와 어른들의 이기, 모함은 믿음과 관계를 무너트리고 시종 갈등과 파문을 빚기도 한다.

앞서 단편 ‘숲’과 독립영화 ‘잉투리’로 주목받았던 엄태화 감독은 이번 작품 역시, 판타지와 현실을 짜임새 있게 엮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는 낯선 세계를 현실감 있는 묘사와 섬세한 감정으로 채우고 ‘가려진 시간’만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가상의 섬 화노도를 비롯해 성민과 수린의 아지트 등, 영화의 동화스러움을 더하는 비주얼 역시 볼만하다. 우거진 수풀과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은 신비로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공간과 소품까지도 전사로 채워 넣은 엄태화 감독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아이들의 연기력은 놀라울 정도. 수린과 성민을 연기한 신은수, 이효제를 비롯해 어린 태식 역의 김동현과 재욱 역의 정우진까지. 아이들이 다져놓은 세계와 스토리는 그 어떤 것보다도 단단하고 강력한 감정을 끌어낸다. 거기에 어른이 된 성민 역의 강동원은 판타지에 신빙성을 더하고 김희원, 권해효, 엄태구 등 조연배우들의 연기는 현실감에 힘을 더한다. 12세관람등급이며 러닝타임은 129분, 11월 16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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