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화 구조조정 정부 밑그림 나왔다…주형환 장관, 선제적 구조조정 주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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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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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 ‘수주 절벽’ 조선 산업은 빠져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공급과잉 업종으로 지목된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정부의 산업경쟁력 방안이 윤곽을 드러났다.

철강의 경우 고로는 경쟁력이 있지만 후판, 강관 등 공급과잉이 심각한 품목에 대해서는 설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석유화학도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등 일부 공급과잉 품목 중심으로 시급히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부처는 28일 주형환 장관 주재로 제3차 산업구조조정분과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철강·석유화학 사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산업구조조정분과회의는 지난 6월 신설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의 한 분과다.

철강, 석유화학 업계는 그동안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보고서 용역을 의뢰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오는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관련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형환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구조조정도 개별기업의 재무 상황만 볼 게 아니라 해당 산업의 큰 방향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면서 “이번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은 업종별로 산업의 밑그림을 제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고로는 경쟁력 있지만 후판·강관 공급과잉 심각”

현재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각국의 수입규제 확대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규모는 7억5000만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철강 강국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실시된 컨설팅에서는 제철설비의 경우 고로는 세계 최대 규모, 최신 설비 등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기로는 고급 철스크랩(고철) 공급 부족 등으로 중소제강사의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품목별로는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쓰이는 후판은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으로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강관도 저유가에 따른 자원개발 침체로 역시 공급과잉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냉연·도금 등 판재류는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 전선에 차질이 예상됐고, 철근·형강 등 내수 품목은 증가하는 수입산이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내 철강산업이 범용 철강재 위주에서 고부가 철강, 경량 소재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했다.

주 장관은 “고부가 철강재 조기 개발을 비롯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부적합 철강재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고로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대응해 친환경 설비로 전환하고, 노후 설비 위주로 15%가량 감축한 전기로는 IT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됐다.

판재류는 경쟁이 치열한 범용제품보다는 고부가 강판, 경량 소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안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첨단 설비 구축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정부는 철근, 형강 등 내수 품목은 불량·위조 수입재 유통 방지 등 시장 관리에 역점을 둬 나갈 방침이다.

◆“석유화학 업계, 33개 중 4개 품목 공급과잉”

석유화학 산업은 최근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고유가 상황이 닥칠 경우 원가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정책적으로 자국산의 비중을 높이고 있고 선진국은 부가가치 높은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의뢰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진단한 결과, 이처럼 4개 품목이 공급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호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석유화학이 경기 민감업종으로 지정됐고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됨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진한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산업에서 비중이 큰 에틸렌 등 33개 품목을 상대로 유가 등 중장기 산업환경 변화와 수급 전망 아래 경쟁력을 진단했다.

컨설팅 결과, 석유화학은 글로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당초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수급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됐다.

산업 경쟁력도 규모, 석유화학단지 집적, 운영 효율 면에서 세계 선도 수준에 있어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33개 품목 중 4개 품목은 공급 과잉 우려로 조처가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유가 상승 때 저원가 설비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고 TPA 등은 이미 공급 과잉이 현실화돼 설비 조정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됐다.

먼저 TPA와 PS는 단기간 설비 조정이 필요한 품목으로 분류됐다.

TPA는 폴리에스터 섬유나 페트(PET)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소재다. 한화종합화학·삼남석유화학·태광산업 등이 생산 중인데 이미 한참 전부터 공급 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보고서는 업계 내부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통합·감산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PS는 장난감이나 가전제품 케이스, 식품용기 등의 원료로 이용되는데 롯데첨단소재, LG화학, 금호석화 등이 생산하고 있다.

보고서는 내수 물량을 초과하는 수출용 생산 설비를 감축하고, 일부는 고부가 품목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합성고무와 PVC는 더 이상의 설비 증설 없이 고부가 품목으로의 조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평가됐다.

합성고무의 경우 타이어, 신발 등 고무제품의 원료에 쓰인다. LG화학과 금호석화가 생산 중이다.

보고서는 점진적으로 범용제품 설비를 고기능 합성고무(SSBR), 엘라스토머 등 고부가제품 생산 설비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PVC는 내약품성·전기절연성이 양호한 수지, 각종 파이프·농업용 필름·인조피혁 등의 생산에 이용되며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만든다.

이에 따라 범용제품 설비를 클린 PVC, 염소화 PVC(CPVC) 등 고부가제품 생산 설비로 전환할 것을 보고서는 추천했다.

협회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설비 감축이나 감산, 통합 등의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정부와 함께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등을 활용해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화케미칼과 유니드[는 기활법을 통해 가성소다 제조공장 매각과 관련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울산 가성소다 제조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하고 유니드는 이를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가성소다의 공급과잉 생산량 20만t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함께 선제적인 사업 재편, 고부가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선 산업은 컨설팅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강화방안에서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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