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브렉시트에 엔 급등..아베 총리 이대로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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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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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영국인들이 결국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장 난처해진 것은 일본일지 모른다. 향후 경제 및 금융 불확실성에 엔이 폭등하면서 엔저를 통한 경기 부양을 노렸던 아베의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지시간 24일 엔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엔은 장중 99.11엔까지 추락했다. 이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등이 나서서 환시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뒤에야 간신히 102엔 대를 되찾았다. 달러/엔이 100엔 밑으로 붕괴된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영국인들의 깜짝 결정에 놀란 글로벌 투자자들은 대표 안전자산인 엔으로 몰렸다.

24일 일본 증시의 니케이지수 역시 급락세를 보였고 일시적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기도 했다. 니케이지수는 24일 전일비 7.9% 곤두박질 친 14,952.02에 장을 마감했다.

◆ 일본 당국, 환시 개입 시사

일본은행은 24일 시장이 요동치고 엔이 급등하자 필요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성명에서 “국내외 당국과 공조하여 브렉시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른 국가들과 맺은 통화스왑을 활용하여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역시 24일 기자회견에서 “과도하게 불안정한 흐름”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환시에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환시 개입 시기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삼갔다.

아베 총리는 24일 오후 아소 다로 재무상과 이시하라 노부테루 경제재생 담당상 등을 소집해 일본은행과 공조하여 시장 동요에 대처하고 주요 7개국(G7)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

이제 관심은 일본 재무성이 직접 시장에 개입하여 엔 급등세를 저지할지 여부로 쏠린다. 올해 엔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자 일본 당국은 환시 개입을 위한 눈치를 보았으나 번번이 미국 등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경우는 G7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시장 쇼크 상황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일본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오쿠보 다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시 개입은 국제적 파장을 낳는다. 그러나 일본은 엔 강세에 대처할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달러/엔이 95엔 수준까지 추락해야 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여타 전문가들 역시 G7의 반발을 감안해 달러/엔이 지속적으로 100엔 밑에 머물러야 일본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의 차기 회의에서는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더욱 농후해졌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7월 28~29일로 예정된 회의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다이이치 생명 리서치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가능하다면 긴급 정책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지 야스다 생명보험의 고다마 유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0.1%에서 더 내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베 리더십은 기회인가 위기인가

엔화 약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활성화 조치인 아베노믹스의 열쇠였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채권 매입, 마이너스 금리 등을 총동원해 경제 활성화에 나섰지만 올해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제 둔화 등으로 인해 엔은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엔 강세는 일본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엔이 계속 상승할 경우 수입품 물가를 압박하고 수출 기업들의 순익에 부담을 가해 안 그래도 미미한 인플레이션이 더 약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재팬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오쿠보 다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 여파로 최악의 경우 엔 값이 달러 대비 9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될 경우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심리가 완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위기가 아베 총리의 리더십과 7월 1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자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 정부의 즉각적인 대처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소비세 인상 연기는 아베노믹스의 실패라기보다는 브렉시트와 같은 글로벌 리스크에 적극 대응한 것이라는 생각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24일 저녁 T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G7 국가들과 공조해 상황에 대처하고 글로벌 성장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브렉시트가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연기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의 고위 인사는 브렉시트라는 충격이 오히려 일본 여당에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정치적 안정의 필요성을 더욱 호소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다른 의원은 아베 총리가 소비세와 관련해 올바른 판단을 내림으로써 그의 리더십이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자민당 고위 인사는 “엔이 추가로 강세를 보이고 주식이 하락하고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경우 집권당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 그렇다면 상황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25일 산케이 신문은 아베 정부가 올 가능 임시 국회에서 대규모 2차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민당이 고려 중인 2차 추경 규모는 10조 엔 이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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