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기전’ 연장 12회 무승부 혈투…잔인한 ‘6월 삼세판’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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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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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양현종.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역대 프로야구에서 한 달에 세 번 한 팀을 상대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31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난색을 표했다. 유독 약했던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을 한 달에 3차례 만날 생각 때문이었다.

전통의 라이벌인 LG와 KIA는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1패로 팽팽히 맞섰다. 이후 다시 만난 두 팀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6월에만 세 번의 시리즈를 통해 9경기를 치러야 한다. 좀처럼 보기 드문 경기 일정이다.

양 감독은 “한 달에 한 팀을 다시 만나는 스케줄일 때는 선발 로테이션도 똑같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양현종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양현종은 지난해 LG전에만 5차례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8을 기록한 ‘천적’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도 “이상하게 일정이 그렇게 됐다”며 “우리보다 위에 있는 팀이니까 준비를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는 양현종을 상대로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양현종에 약했던 박용택을 선발에서 제외했고, 문선재와 정주현으로 테이블세터를 내세웠다.

양 감독의 카드는 어느 정도 적중했다. 이날 양현종은 6이닝 동안 10피안타 2볼넷 5탈삼진 5실점(1자책점)으로 흔들렸다. 수비 실책으로 자책점은 1점에 그쳤지만, 그동안 LG전에서 보여줬던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다.

LG는 1회부터 선두타자 문선재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정성훈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4회초 LG 선발투수 이준형이 흔들렸다. 1사 후 브렛 필의 2루타와 이범호의 안타로 1, 3루 위기에 몰린 뒤 서동욱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폭투와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 3명을 홈으로 불러들여 1-3으로 역전을 당했다.

양현종을 상대로 또 한 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LG는 1사 후 양현종을 괴롭혔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1, 2루를 만든 뒤 오지환이 유격수 강한울의 실책으로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정주현의 싹쓸이 3루타가 터지면서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정성훈의 적시 2루타까지 더해져 5-3으로 달아났다.

흔들린 양현종은 5, 6회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 사이 타선의 지원이 두둑했다. KIA는 6회 신승현이 밀어내기 볼넷을 남발해 3점을 뽑아 6-5 재역전에 성공했다. 양현종은 가까스로 승리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LG는 7회말 귀중한 동점을 만들었다. 5-6으로 뒤진 LG는 바뀐 투수 박준표를 상대로 루이스 히메네스가 3루수 이범호의 실책으로 출루한 뒤 도루와 이병규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까지 진루했고, 손주인의 2루수 땅볼 때 홈을 밟아 6-6 동점을 이뤘다.

이후 양 팀은 정규이닝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12회까지도 추가점을 뽑지 못한 양 팀은 LG가 7명의 투수, KIA가 6명의 투수를 소모하며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6-6 무승부 경기. 6월의 잔인한 승부를 알린 5시간12분의 혈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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