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314년 연기 거장과 노희경 작가가 만든 진짜 노년 이야기 ‘디어마이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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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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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주현 박원숙 윤여정 김혜자 고두심 고현정 김영옥 나문희 신구.(사진 제공=tvN)]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너 진짜 어른들 얘기 안 쓸 거야? 장편으로 엄마들 친구들 얘기 써. 집집마다 기구절창한…” 작가인 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번역 일만 하는 것이 못마땅한 엄마(고두심)는 잔소리를 해댄다. 37세 노처녀 딸(고현정)은 엄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절규한다. “기구절창? 막장이지, 개막장! 안궁안물(안 궁금하고 안 물어봤다)이야. 요즘 누가 꼰대들 얘기를 돈 내고 읽어? 지들 부모한테도 관심 없어.”

섬세한 필력으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노희경 작가가 ‘꼰대’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자신의 구멍 난 대본을 연기로 매워준 연기력을 지니고도 언제나 작품의 뒤편으로 밀려났던 연기 거장에게 바치는 헌정작이란다. 예고편에 나온 말마따나 젊은이들이 늙은이들 이야기를 보겠어? 새롭기는 한데 흥미롭지는 않네, 심드렁하다가도 드라마를 보고나면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시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부모님 생각나 가슴이 문득 아프다. tvN 금토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이야기다.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고, 남의 딸 결혼에 직장까지 훈수를 두고, 술 취해 한 말 또 하는 이 꼰대들은 청춘들을 단박에 매혹시켰다. 드라마는 시청률 5.1%(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 동사 드라마 중 ‘응답하라 1988’, ‘시그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첫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

노희경 작가의 노고 덕이다. 노 작가는 주인공의 부모로 치부됐던 이 노년배우 한명 한명에게 정성스럽게 서사를 부여했다. 아내의 친구와 바람난 남편,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아내에게 밥 먹듯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가부장, 남편이 바람필까봐 남편을 옷장에 가둬 죽인 여자까지…기구절창을 넘어서는 막장이 거부감 없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가 그린 노년기가 얼마나 적나라하고 노골적인지 “너도 이 나이 돼봐. 밑이 헐거워져서 대소변이 참아지나”라며 달리는 차를 세우는 고두심의 모습에, 심심해서 전화를 했는데 “용건이 뭐야”라고 묻는 친구에게 속절없이 서러워하는 김혜자의 모습에, 중졸 콤플렉스를 60년 넘게 이기지 못해 아등바등 지식인들과만 어울리려는 윤여정의 모습에 한참 남은 노년생활이 벌써 걱정될 정도다.

수려한 대본을 월등한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 배우들이다. 김혜자 57년, 고두심 45년, 나문희 56년, 윤여정 51년, 박원숙 47년, 주현 47년, 김영옥 57년…27년 세월을 배우로 산, 막내 고현정을 빼도 도합 314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연기 거장들은 매 순간을 호연으로 꽉 채우면서 노 작가의 수고를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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