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펜질팬질] 박수칠 줄 아는 조세호, 박수 받을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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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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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떠오른 방송인 조세호[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3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케이블 채널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의 '면회'에서 새삼 코미디언 조세호를 다시 봤다.

"넌 왜 이렇게 적극성이 없어. 적극적이어야지."

'면회' 팀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조세호는 남창희를 이렇게 나무랐다. 프로필 속 의상 그대로를 입고 온 그는 사무실로 들어설 때부터 이미 연예인이었다. '인간' 남창희가 다소 조용한 느낌이었다면 조세호는 방송과 거의 비슷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어떤 질문에도 적극적, 사소한 질문에도 마치 세계 평화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처럼 열심히 대답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남창희가 충분히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음에도 두 사람의 에너지가 너무 달라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를 하며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조세호는 어떤 질문을 해도 부정적으로 답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면회'는 콩트형 코너라 관객과 소통하는 다른 코너에 비해 비교적 순위가 낮았다. 이에 대한 질문에 조세호는 오히려 다른 코너들을 칭찬하며 "우리는 정통 콩트고 관객들하고 소통이 없다 보니 순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상금이 걸려 있다곤 하지만 순위가 낮으면 어떤가. 무대에서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면 되는 거지. 다른 팀이 잘하면 박수 쳐주면 된다. 다른 팀들의 코너를 인상 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면회'에서 호흡 맞춘 조세호(위 왼쪽)와 남창희[사진=tvN 방송 화면 캡처]


'면회'는 감옥에 갇혀 있는 아들(최국 분)을 면회간 아빠(조세호 분)와 엄마(남창희 분)가 아들에게 '리모콘 어디다 뒀냐'는 등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코너였다. 아들, 혹은 관객의 기대를 미묘하게 깨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는데 3위권 안에는 거의 들지 못 했지만 약 3개월 동안 방송되며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줬다.

이 코너에 대해서도 조세호는 "최국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며 공을 돌렸다. "최국이 '면회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라는 제안을 했고 진짜 궁금한데 차마 물어볼 수 없는 내용을 면회를 가서 물어본다는 콘셉트로 코너를 짜 보니까 재밌더라"고 진지하게 설명하던 얼굴을 기억한다. 엄마 역을 맡은 남창희는 실감나는 여장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에 대한 디테일한 아이디어는 다 조세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세호는 자신이 잘한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후 지난 2014년 4월 '코미디 빅리그' 방청을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는 '면회'를 마치고 말도 안 되는 신인을 키우는 기획사 사장으로 분한 코너 '깔끔기획'을 하고 있었는데 NG가 났다. 조세호가 소품으로 써야 할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황한 조세호를 향해 한 관객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 그 관객이 준 건 핑크색 스마트폰으로 조세호의 캐릭터와 다소 맞지 않는 감이 있었다. 하지만 조세호는 그 관객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분장실로 소품을 가지러 가려던 스태프를 말렸다. 이후 진행된 녹화에서 "왜 내 휴대전화가 아닌 것 같지" 등의 애드리브를 사용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이 휴대전화로 가게끔 유도했다. 녹화를 마친 뒤 그는 다시 그 관객에게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세바퀴'에서 김흥국(위 왼쪽)이 조세호에게 안재욱 결혼식에 오지 않은 이유를 묻고 있다[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조세호는 그렇게 튀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어디서든 제 할 몫을 다 하는 인물이었다. 조세호가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 했던 건 성의나 노력이 부족하거나 덜 웃겨서가 아니라 다만 그가 만들었던 잔재미나 누가 어떤 공격을 해도 긍정적이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방송된 MBC '세바퀴'에서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왔느냐"는 김흥국의 말에 조세호는 "모르는 데 어떻게 가요. 오히려 가면 실례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이건 '방송인' , 그리고 '인간' 조세호로서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고 이 일은 방송된 지 약 1년이 지난 현재 새삼 화제가 되며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고 있다.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도 다른 이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식적으로 처신한 조세호에 대한 대중의 재발견인 셈이다. 남에게 박수쳐줄 줄 알던 조세호, 박수쳐 주기에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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