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설훈 “통합과 단결이 DJ 정신…안철수, 분열로 총·대선 승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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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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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경기 부천시 선거사무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자신감도 엿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중진 50%, 초·재선 30%’ 공천 피바람에도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설훈(3선·경기 부천 원미을) 의원이 그랬다. ‘영원한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설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3일 오후 2시 부천시 선거사무소에서 가졌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에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설 의원에게 물었다.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냐’고. 그의 답은 간결했다. “한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사퇴하겠나. 안 할 것으로 본다.” 김 전 대통령에게 배운 정치 식견 때문이었을까. 예상대로였다. 김 대표는 “선거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껴 고민 끝에 일단 이 당에 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타 후보와의 차별화된 자신의 강점으로 ‘삶의 궤적’을 꼽았다. 실제 그랬다. 지난 1972년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들어간 설 의원은 대학 재학 중 유신반대 시위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2003년 모두 무혐의 처분) 등으로 투옥됐다. 1985년 ‘동교동 막내’로 정치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래 1997년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2002년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김 전 대통령의 ‘야권통합’,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동시에 구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열된 상태로는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를 향해 “국회의원을 하든 대통령을 하든 야권 분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후보 간 연대라도 중앙당이 인정해줘야 한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진중하게 생각할 부분”이라고 충고했다. 설 의원과의 인터뷰는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의 대담형식으로 1시간가량 진행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은 단결과 통합”이라며 “야권분열로는 총선도 대선도 승리할 수 없다”고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3선 중진으로서 당내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고충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경선을 통과한 소회는 어떠한가.

“우선 당원과 부천 시민, 국민께 감사드린다. 부천 시민들과 당원들의 선택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당내 경선에서 이겼을 뿐,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본선이 남아있다. 반드시 4월13일 본선을 통과해 20대 국회에 진출할 것이다. 부천시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일을 하고 싶다.”

-각 당의 공천 과정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더민주 공천 과정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등 계파 패권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있는데.

“세상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다. 그간 당 안팎에서 비판받았던 요인들,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등이 지휘체계가 바뀌면서 상당 부분 벗겨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긍정적이다. 한편으로는 함께 일했던 동료 의원들이 탈락해 아쉽다.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지 않겠나. 어쨌든 이런 상황을 다 극복하고 당내 단결을 이뤄서 20대 총선을 돌파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낙관적으로 본다.”

-공천 과정에서 제1야당의 리더십 부재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무 거부 및 청년 비례대표 부정심사 논란 확산으로 당 내홍이 일시에 터졌다. 일각에선 ‘수도권 10석이 날아갈 판’이라며 이른바 ‘수도권 위기론’을 꺼내기도 한다.

“당 공천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김종인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한 것이나 본인이 지명한 분들에 대한 하자랄까,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는 점을 보면 (공천을) 썩 잘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주변과 상의하고 한분 한분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했다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김 대표도 시간에 쫓기면서 공천 과정을 마무리했겠지만, 정치는 결과다.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도 정치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여당에 있었던 분을 우리 당 대표로 모시지 않았느냐”며 “정말 획기적인 변화다. 이번 총선을 두고 ‘정초 선거’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이번 20대 총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87년 체제’와 ‘97년 체제’에 마침표를 찍는 이른바 ‘정초 선거’라는 분석에 동의하나.

“과거 여당에 있었던 분을 우리 당 대표로 모시지 않았느냐. 정말 획기적인 변화다. 이번 총선을 두고 ‘정초 선거’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4월13일 총선이 끝나고 20대 국회가 열리면 인적변화가 굉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과거 이념과 노선을 둘러싸고 극심한 투쟁을 벌였던 정치 관행 대신 합의와 타협의 정치생산물을 도출해내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진영 의원의 더민주 입당 및 여권 인사의 잇따른 탈당으로, 총선 판이 ‘일여다야’(一與多野)에서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로 재편됐다. 전체 판세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지금 각 당은 그야말로 소용돌이다. 각 당의 공천 내전을 본 국민들은 ‘여야 모두 다 비슷하구나’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러나 정국을 이끄는 책임주체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해 잘한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정권 심판론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야당도 잘하지 못했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 (그 미세한 차이가) 선거 결과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더민주 공천 파동 이상의 변수는 이른바 ‘유승민 파동’이다. 여권의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친박(친박근혜)인지, 진박(진실한 박근혜)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선 과정에서 줄줄이 나가떨어졌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청와대와 여당이 독주하는 상황에 대한 국민적 비토다. 아직까지는 그것이 새누리당 예비경선에 국한됐지만, 총선 본선에 들어가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돼 있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이 당내 민주주의를 살리면서 박 대통령 중심의 1인 지배체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다.”

-야권이 지지층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야권연대’ 무산을 꼽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유훈은 ‘단결과 통합’이다. 하지만 범야권인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각자도생 중이다. 사실상 ‘당 대 당’ 연대가 무산된 상황인데, 분열은 곧 패배 아닌가.

“구도로만 보면 그렇다. 만일 연대 대상인 국민의당이 썩 잘하고 있으면, 야권표가 완전히 나뉘는 상황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썩 잘하는 상황이 아니다. 국민적 평가도 그런 것 같다. 총선이 다가오면 올수록 국민들이 (제1야당에) 표를 몰아주자는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 자연스럽게 표가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경상남도 창원·성산에선 허성무 더민주·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합의했다. 중앙당 간 연대가 아닌 후보자별 연대에 합의한 것이다. 경기 부천 원미을도 야권 단일화를 할 것인가.

“우리 지역에도 국민의당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간곡하게 말씀드릴 생각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단일화가 되면 당선이 훨씬 쉽지 않겠나. 새누리당 어부지리보다는 야권 주자가 당선되는 것이 한국 정치를 위해 이롭다. 두 사람을 놓고 판단한다면, ‘당선 가능성은 설훈’이다. 합리적 선택을 하자고 할 것이다. 국민의당으로부터 기대있는 얘기를 듣고 싶다.”

-이 지역의 최근 4번(16∼19대) 총선을 보면, 18대 이사철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3번 모두 야권 후보가 당선됐다. 현재 바닥 민심은 어떤가.

“7년 전에 이곳에 왔다. 그간 부천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의정활동을 했다고 자부한다. 우리 지역은 2012년 총·대선은 물론,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이겼다. 계속 이기는 선거를 해왔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 때도 부천에서만큼은 야권이 이겼기 때문에 이번 선거도 패할 수 없다. 원미을 민심은 지극히 야권에 우호적이다.”

-인물론으로 가면 설훈 의원 우세하지만, 경쟁자인 이사철 전 의원의 인지도도 만만치 않다. 야권 중진인 ‘설훈’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을 모시기 전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했다,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정치현장에서 김 전 대통령을 30년간 모셨다. 그때 어렵고 힘든 사람 편에 서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그것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였다. 자연스럽게 정치 판단력이나 정책에 대한 식견 등을 갖추게 됐다.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적어도 국민들에게 실망시키지 않은 정책입안자, 정책결정자 역할을 할 자신이 있다. 지역뿐 아니라 중앙정치에서도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책무다. 많은 지역주민들도 부천에 머무르지 말고 중앙정치에서 큰 역할을 하라고 말씀하신다.”

-대표적인 지역공약이 있다면, 지역주민들과 국민께 소개해 달라.

“결국은 교육과 교통의 문제다. 중동·상동 지역의 교육환경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열악한 점이 많다. 신도시가 된 지 30년이 지났다. 교육적 요구는 큰데 인프라 측면에서 그것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방과 후 교장제’를 통해 지역공동체와 함께 학교의 시설과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20대 국회에서 이를 법제화, 전국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또한 우리가 예산 증원을 통한 지하철 차량 증원은 물론, 주차 공간 확보로 이면주차 없는 부천을 만들겠다.”

[대담=아주경제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방과 후 교장제’를 통해 지역공동체와 함께 학교의 시설과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다음은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로필 

◇1953년 4월 23일 경상남도 마산 출생 ◇마산고등학교(1972)·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2000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1977)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징역 7년 선고(1980)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 상임위원(1983) ◇김대중(DJ) 총재 비서(1985) 민주당 수석 부대변인(1993) ◇새정치국민회의 수석 부대변인(1995) ◇제15대 국회의원 당선(1996) ◇새정치국민회의 기획조정실장(1998) ◇제16대 국회의원 당선(2000)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공동의장(2000∼20009)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삭발 단식농성 후 17대 총선 불출마 제19대 국회의원 당선(2012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2014)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별위원회(평창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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