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웅 "악역 전문이요? 엄마는 제가 아직도 귀엽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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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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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연보라 재킷에 꽃무늬 넥타이, ‘빽구두’를 신고 일수가방을 옆구리에 낀 남자는 말한다. “오늘 재판 있는 날이라 바쁘다.” 피고인이냐고? 천만에. 변호사다.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내 살려는 드릴게”라는 대사를 국민적 유행어로 만들며 충무로에서 악역으로 끗발 날렸던 배우 박성웅이 정의에 편에 섰다. 최근 시청률 20%로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통해서다. 등짝을 용 문신으로 채우고, 부산사투리를 투박하게 내뱉으며 정의의 전형을 탈피했다.

“이번 작품으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던 악역 이미지를 조금은 벗은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영화 ‘신세계’ 이중구를 떨쳐내는 데 3년이나 걸렸네요. 배우에게 대표작이, 인생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할 숙제거든요. 실제 모습은 어떠냐고요? 아직도 우리 엄마는 제가 제일 귀엽다고 하신다니까요. 하하.”

‘리멤버-아들의 전쟁’ 속 박성웅의 캐릭터는 독특한 의상과 부산 사투리로 대표된다. 보라색 슈트, 오렌지색 코트, 스타일리스트의 아버지가 20년 전 맸다는 넥타이까지 소화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박성웅은 멋진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과 “어디서 이런 옷을 구해오나” 싶을 만큼 고생한 스타일리스트에게 공을 돌렸다. 박성웅은 부산 사투리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했다.

“채널CGV ‘나도 영화 감독이었다 시즌 2’를 하면서 만난 배우 중 한 명이 부산 사람이었어요. 그 후배한테 부산 사투리 선생님이 되달라고 부탁했죠. 대본을 보내주면 그 친구가 대본 녹음 파일을 다시 보내주는 식이었죠. 대사 하나하나에 악센트를 표시했더니 대본이 악보처럼 보이더라고요."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영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쓴 윤현호 작가의 법정드라마다. 법정 장면이 분량의 8할을 차지한다. “법대를 졸업했으니 한결 수월했겠다”고 했더니 박성웅이 펄쩍 뛰었다.

“법원 촬영은 정말 블랙홀이었어요. 다들 거기만 들어가면 멘붕에 빠졌죠. 저도 예외는 아니고요. 대학교 때는 딱 졸업할 수 있을 만큼만 공부했어요. 2학년 때부터 연기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거든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연기에 첫발을 뗀 시절로 흘렀다. 당시 주변에서는 박성웅을 “복권”이라고 불렀단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만큼 가망이 없다는, 비웃음 섞인 조롱이었다. 그런데도 박성웅은 흔들리지 않았다. “스스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뿐더러, 대중에게 희로애락을 전할 수도 있지 않으냐. 이보다 행복한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봉 50만 원이었던 시절에도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박성웅은 힘들었던 시절을 보상이라도 받듯, 2016년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영화 ‘검사외전’으로 960만 관객을 넘겼고, ‘리멤버-아들의 전쟁’ 역시 시청률 마의 벽이라 불리는 20%를 넘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목마르다고 했다.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이야기에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그게 배우의 숙명이니까요. 아흔 살에도 배우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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