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영웅 룰라의 부패 스캔들, 위기 혹은 기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3-06 13:1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라틴 아메리카 좌파 물결의 선봉이자 브라질의 영웅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로 곤혹을 겪고 있다. 2014년부터 브라질의 정재계를 뒤흔든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조사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룰라에 대한 찬반 여론이 다시 거세게 맞붙으면서 브라질 정치는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전날 4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시 교외의 자택에서 체포됐다.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인사 개입하고, 불법 자금과 부동산 등 뇌물을 받은 혐의다. 브라질 연방경찰과 국세청 직원들이 직접 자택과 재단 사무실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직했던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이 가장 사랑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원자재 호황기에 정권을 잡았던 그는 브라질 경제의 성장세를 등에 업고 빈곤철폐에 앞장섰다. 때문에 대중적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퇴임시 지지율은 무려 80%가 넘어섰다. 더불어 노동자당의 인기도 상승했으며, 정치적 후계자인 호세프가 2010년과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호세프 현 대통령은 최근 경제 위기와 함께 부패 스캔들 등으로 인기가 급락했고,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다. 원자재 가격의 급락으로 지난해 브라질은 경제성장률이 -3.8%로 25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기업과 가계 수입은 급감한 반면 물가은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부패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호세프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분석했다. 

시장은 브라질 권력 지형 변화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호세프 대통령이 물러나면 '친 시장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정책도 바뀔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날 브라질 화폐 헤알화 가치와 증시는 급등했다. 부패로 인한 경영 비효율도 해결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페트로브라스의 주가도 14% 포인트나 치솟았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5일 상파울루 시 교외에 있는 자택에서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두 사람은 정국 현안에 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풀려난 뒤 기자회견에서 룰라는 "경찰이 나를 강제구인한 것은 '미디어 쇼'이며 나를 죄인 취급했다. 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눈물을 보이며 "나는 아직 살아 있으며 차기 대선에 출마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그는 노동자당 창당 36주년 기념식에서도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노동자당 지지자들도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룰라 자택 주변에는 전날부터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들었으며, 룰라와 호세프를 지지하고 사법 당국과 언론, 야권을 비난하는 구호가 계속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