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양향자 더민주 선대위원 "테러방지법 통과되면 IT업계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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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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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ㆍ여성들의 어려움, 누구보다도 잘 알아… 디딤돌 되겠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캐치프레이즈로 당 대표실에 걸었던 글귀다. 7번째 영입인사로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임원’인 양향자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이 등장했을 때 국민의 눈귀가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전남 화순 출신인 그는 1986년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곧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현장 바닥부터 일을 배웠다. 설계팀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 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4년 임원인 상무로 승진했다. 

그가 자신의 인생 경험을 현실 정치로 빚어내는 것은 이제부터의 과제다. 양 선대위원은 "기업과 정치권의 문화가 참 다르구나 하는 걸 요즘 참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30년 기업현장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앞으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국가 산업의 미래비전을 만드는 데 제 인생 2막을 걸고 인정받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 선대위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주진 정치부 차장과의 대담형식으로 진행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고졸, 호남, 여성으로서 사회적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고 대기업 임원까지 됐다. 힘들게 일군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치권에서는 호남출신이자 고졸여성으로 대기업 임원이 된 제 스토리를 주목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저를 임원으로 승진시킨 것은 제가 고졸이나 여성이라서가 아니었다. 30년간 산업현장에서 몸으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아온 제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치권 문화가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요즘 실감하고 있다. 말과 행동의 무게도 과거 기업인일 때와는 사뭇다르다고 느낀다. 하지만 제 진정성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정치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30년 기업현장에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앞으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국가 산업의 미래비전을 만드는 데 제 인생 2막을 걸고 인정받고 싶다.

◆눈물의 입당인사가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는데, 그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지난 30여년 힘들게 노력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학력·성별·출신의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지만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18살 철없던 나이에 상고를 졸업하자마자 박사급 연구자가 수두룩한 글로벌 대기업 연구실에 들어가서 참 수많은 일을 겪었다. 첫 애를 가졌을 때 회사에서 '축하한다'는 말보다 '언제 그만둘 거냐'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여성이 임신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을 때다. 게다가 수개월마다 생산혁신을 이뤄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만삭이 될 때까지 부른 배를 안고 회사를 다니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주위 선후배들이 참 많이 도와줬고, 구내식당 아주머니들도 '먹고 힘내라'고 음식을 더 챙겨주셨다. 퇴사할 때도 그분들이 가장 큰 응원을 해주셨다. 'N포 세대'인 청년, 약자인 여성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여성들에게 디딤돌이 되고 싶다.

◆ 워킹맘으로 30년 직장생활이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직장맘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에 다녔다. 친정 어머니께서 45살에 아버지와 사별한 뒤 홀로 어린 자식들을 키우시면서 시부모님 두분도 구순이 넘어 돌아가실 때까지 모셨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나도 강하게 살아야겠다' 힘을 냈던 것 같다. 어쩌면 엄마의 삶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제 아이들에게도 일하는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잘 자라준 것 같아 대견스럽다. 큰 딸이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작은 아들은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부모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인지 둘다 공학도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직장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독해지거나 하나를 포기하라'는 것 말고는 없다. 제도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여성 개인이 짊어진 짐을 모두가 함께 나누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책임은 결국 정치에 있다. 그 길을 함께 찾고 싶다.

◆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테러방지법이 우리나라 IT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기업이 아무리 열심히 보안을 강화하고 홍보를 열심히 해도 한국은 영장 없이 정보수집이 가능한 나라이며 그 제도 아래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고 나면 한국의 기업들은 법원에 영장도 없이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품과, 통신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정보기관이 법이 정한 권한으로 정보를 달라는데 안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제품을 사용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근 애플사가 FBI와 미 법원의 요청에도 '아이폰'의 암호해제를 거부한 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아이폰을 쓰면 안전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엄청난 홍보효과다. 테러방지법을 보면서 IT강국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무너지고 있다는 참담한 생각도 든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IT업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 30여년 업계에 몸담아 온 IT전문가로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평가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상생과 스타트업 육성의 거점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연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수익모델 창출이다. 일례로 광주 미래자동차산업밸리 조성계획을 봤는데, 2016~2020년까지 5년동안 광주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친환경자동차 개발 및 생산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하고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수익구조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아서 좀 의아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으면 투자를 꺼린다. 수익모델이 있다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 임금, 노사 문제가 따라붙게 된다. 이처럼 기업 방향과 정부-지자체 정책간 괴리감이 크다. 임기가 2년밖에 안남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꽃피우려면 중장기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다음 정부가 정책의 방향이 옳다면 잘된 점은 이어나가고, 실패한 부분은 고쳐서 더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실업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할까? 청년들이 대기업을 선호해 중소기업은 고용난을 겪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대기업에만 가려고 하는 청년의 문제가 아니라 임금과 사회 안전망의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실제 제 동생이 직원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 매달 임금을 주는 게 너무 벅찰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임금이 너무 적으니까 다른 회사에서 10만원만 더 준다고 해도 바로 이동해버린다고 한다. 벤처 생태계가 열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스타트업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벤처 기업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개발에 협력한다. 경제체질을 바꾸려면 산업생태계부터 바꿔야 하고, 그에 맞는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경제민주화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경제민주화는 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대기업이 독주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중소기업과 창업자들이 공존하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 노동 4법이 경제활성화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산업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여전히 산업경쟁력의 핵심은 숙련된 노동이라는 것을 금방 알수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이해관계만 보더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또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의 기업에 대한 일체감은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기간제 노동자, 파견 노동자를 통해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당장 회계상의 이득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경쟁력을 상실시키는 길이다. 선순환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른 길이고, 가장 효율적인 길이다.

[대담=주진 정치부 차장/정리=김혜란 기자]

◆양향자 더민주 선대위원은

▲1967년 전남 화순 출생 ▲광주여상. 삼성전자기술대 반도체공학 학사. 한국디지털대 인문학 학사. 성균관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실(1985~1992)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RAM설계팀 책임(1993~2007)▲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수석(2007~2011)▲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Flash설계팀 수석(2011~2013)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Flash설계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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