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청년·쫓겨나는 중년·일할 사람 없는 中企…고용시장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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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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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학생회관에 설치된 취업게시판을 학생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1년 내내 겨울'. 올해 고용시장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다.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난에 허덕이고, 중장년층은 '희망퇴직' 등 실업난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자리 미스매치는 여전해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듯 고용시장은 '3중고'에 시달리며 1년 내내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수치상으로도 올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0만명 중반 가량 증가할 전망으로 지난해 증가 폭인 53만3000명과 비교해 20만명이나 줄어들게 된다.

◇ "일하고 싶어요"…청년 실업률,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으로 청년실업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청년 실업률은 두 자릿수를 넘나들며 최악의 취업난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2월 청년 실업률은 11.1%로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후에도 3개월 연속 10% 이상을 기록했고 5월에 잠시 9%대로 떨어졌으나 6월 10.2%로 다시 치솟았다. 최근 지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이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도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년희망펀드', '청년희망 예산',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등 정부가 쏟아낸 청년 일자리 정책 이름들이다.

정부는 201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2조원이 넘는 돈을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예산안 발표자료에는 '일자리를 늘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청년들이 취업난 해소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체감 실업률이다. '구직 단념자' 등은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 20%에 달하는 체감실업률은 청년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청년이 여는 미래 등 보수성향의 청년·대학생 단체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실업률 10%, 체감 실업률 22%, 청년고용률 40%로 청년 10명 중 6명이 고용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언제 잘리지 몰라"…희망퇴직에 떨고 있는 중년들

취업난이 심각하다지만 이미 취업에 성공해 직장에 다니고 있는 중년들은 실업의 불안에 떨며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로 인해 조선과 중공업 부문에서 시작된 대기업 인력감축 칼바람이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으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4조3000억원대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이후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42명으로 30% 줄였다. 지난달에는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을 통해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 1300명 중 300명을 감축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전자와 자동차, 철강업종도 감원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20%가 넘게 옷을 벗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은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최근 1년 간 사별로 적게는 700여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이 회사를 관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희망퇴직·명예퇴직 광풍이 몰아친 금융권 일자리는 1년 새 5만개 이상 사라졌다. 다른 업종보다 연봉이 높은 금융권 일자리가 1년 새 5만개 이상 감소했다는 것은 경제 전반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올해 금융권 취업자 감소 폭이 유난히 큰 것은 정년 연장을 앞두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권·카드 등 전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감원 한파가 불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전 직원의 20%에 가까운 961명을 퇴직시켰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1122명을 특별퇴직시켰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240명을 떠나보냈다.

◇ "일할 사람이 없어요"…中企 구인난 심각

서울 소재 국립대를 졸업, 1년간의 취업준비 끝에 중소기업에 취업한 김 모씨(29·남)는 3개월 만에 회사를 나왔다. 일은 많고 받는 돈은 쥐꼬리인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김 씨는 "대학 동기들이 대기업에 들어가 받는 대우와 비교하면 차라리 취업이 조금 늦더라도 스펙을 더 쌓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게 낫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지만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구인난에 시달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계획했던 인력을 뽑지 못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89명을 대상으로 '올해 계획한 인원만큼 채용에 성공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7.4%가 '계획한 만큼 채용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이는 심각한 취업난에도 고학력 스펙을 가진 취업자들이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취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양극화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년 전 대기업의 77% 수준이던 중소기업 임금은 지난해 56.7%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대기업의 복지 혜택까지 고려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고학력 인플레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로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구인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대졸 32만1000명, 전문대졸 47만1000명 등 총 79만2000명의 인력이 노동시장의 수요를 초과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데는 임금수준과 함께 근로환경, 기업의 발전성, 직업의 안전성 등이 크게 작용한다"라며 "구직난과 구인난을 함께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기에 앞서 기업의 발전성 등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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