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新 삼국지…'한류(韓流)와 일류(日流) 건강하게 교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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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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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냉랭한 관계 속에서도 두 나라의 민간교류는 꾸준하게 지속돼 왔다. 그 가운데 매년 가을이면 한국과 일본 양측이 공동 주최하고 양국에서 각각 열리는 한일 축제한마당 행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행사야말로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한일 축제한마당, 양국 관계 발전의 주춧돌 역할 

올해 서울 행사는 9월 19~20일 이틀간 신촌 일대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지난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 '한일 우정의 해'를 계기로 시작한 한일 축제한마당은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함께 열어요 새로운 미래를'을 테마로 내건 올해 축제는 '즐거운 축제, 즐거운 만남, 즐거운 우리'를 슬로건으로 양국 외교 관계와는 상관없이 성황리에 치뤄졌다.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냉랭한 관계 속에서도 두 나라의 민간교류는 꾸준하게 지속돼 왔다. 사진은 서울에서 열린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앞줄 녹색옷)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첫날인 19일 신촌 연세로에선 오후 3시부터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하는 것을 비롯, 축제한마당 출연진의 퍼레이드가 함께 진행됐다. 20일 코엑스에서는 9시간에 걸쳐 식전 및 본행사, 공연, 마당놀이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특별 기념 공연엔 다이코 드러머 히다노 슈이치와 록밴드 '고디에고'의 키보드 주자 미키 요시노 등 일본 연주자들과 소리꾼 이자람이 참여한 '아마도 이자람 밴드', 제이팝 가수 사시다 후미야, 에픽하이 등이 참여했다.

관람객의 눈길과 발길을 잡는것은 역시 문화체험과 푸드 부스들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의상과 코스프레 의상 체험, '가베동', '갸루메이크업 체험' 등 다채로운 일본문화 체험은 물론, 유부초밥과 우동 등 먹거리 시식 코너에는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에 참석한 유재희씨는 "서울 한 복판에서 일본 문화를 체험하고 느낄수 있는 가장 큰 행사" 라면서 "일본 문화와 거리를 온전히 옮겨온 느낌"이라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사진은 서울에서 열린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같은 달 26~27일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열린 일본 측 한일축제한마당 행사도 비슷한 분위기 였다.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26일 일본에서 열린 행사에서 양국 관계가 풀리기를 기원하는 듯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개회식 인사말을 하던 도중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향해 "지금 한일 관계는 무겁다. 나는 오늘 이런 축제를 계기로 가벼워지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는 개회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날까지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행사 당일 날이 개서 다행이고 이것이 한일 관계의 밝은 미래를 미리 예고해주는 것 같다"고 낙관했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새로운 미래가 한쪽만의 노력이 아니라 쌍방의 노력으로 개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며 양국 사이에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함께 노력해 풀어나가고 싶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일관계에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역사 문제로 양국의 갈등의 골은 깊지만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했다. [사진=스카이스캐너 제공]


그는 개회식이 열리기 약 30분 전에 도착해 한지 공예 체험장, 한복 착용 코너, 한국 음식 판매점, 세계문화유산(백제역사유적지구) 소개 코너 등을 둘러봤다.

한국 드라마나 음식 등을 좋아해 한류(韓流) 팬으로도 알려진 아키에 여사는 한지로 만든 상자를 건네받고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고 방문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담소를 나눴다.

 국민들 '양국 현안 산적, 한일관계 정상화 필수'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 
한일관계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양국이 수교 50주년 직후 일시적으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정상회담을 성사 시키는 등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갈등의 핵심인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한일관계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일관계에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역사 문제로 양국의 갈등의 골은 깊지만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했다.

실제로 다수의 한국인은 일본에 대한 반감이 높고 복잡한 역사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봤지만 역사 문제와 별개로 산적한 현안에서 한일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인은 ‘일본’하면 주로 ‘후쿠시마 원전사태(31.3%)’, ‘식민지배, 군국주의(24.1%)’, ‘아베 총리 등 정치인(22.6%)’을 떠올렸다.

최근까지 악화일로에 있던 한일관계가 한국인의 인식에 영향을 준 것이다. 한국인은 미국인(5.82점), 중국인(5.06점)보다 일본인(3.74점)을 덜 친밀하게 느꼈다(0= 매우 멀게 느낀다~10점= 매우 가깝게 느낀다).

◆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도 '음식-관광-공산품' 순

일본 문화와 상품 등에 대한 호감도는 음식(4.41점), 관광(4.14점), 공산품(3.87점), 대중문화(2.71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20대에서 일본인 친밀도와 일본 호감도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20대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고, 경제대국 위상이 확고했던 20여 년 전 일본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이러한 사실이 한국의 젊은 세대로 하여금 일본에 대한 경계심이나 적대감을 덜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호감도(0= 전혀 호감이 없음~10점= 매우 호감이 있음) 조사에 따르면 반일(反日) 정서는 일본(2.91점), 일본인(3.74점)보다 아베 총리(1.36점)에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집권 전부터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 아베 총리가 집권 후 ‘다케시마의 날’ 정부주관 행사로 격상,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성 부인 발언 등으로 한국인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평가와 전망이 모두 부정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근 몇 년간 더 나빠졌고(‘나빠졌다’: 80%대 후반),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나빠질 것’+’차이 없을 것’: 70%대)이 짙었다.

또 양국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한일관계를 경쟁(競爭)으로 본 한국인도 올해 6월 70%까지 늘었다.


◆ "일본 우경화 우려되지만 한일협력 강화 필요"

식민지배에 대한 직·간접 경험이 있는 한국인은 일본의 우경화에 우려(72.8%)를 표시했다. 우려하지 않는다고 한 응답은 11.7%에 그쳤다.

역사 문제 중 한일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현안으로는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37.3%)와 ‘독도 영유권 문제’(36.1%)가 지목됐다. 최근에는 과거사 사과와 배상 문제가 본격 논의되면서 ‘위안부 사과 및 배상 문제’(19.8%)를 걸림돌로 보는 한국인이 늘었다.

이는 전반적으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20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향후 위안부 문제가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위기에 처한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봤다. 일본에 대한 반감, 역사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은 왜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있을까?

주된 이유는 과거사와 별개로 한일협력을 강화(65.2%)해야 한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되었다.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과거사 반성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88%)이 압도적이었으나,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82.6%) 역시 지배적이었다.

또 일본 정치인과 국민 중 과거사를 반성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고 본 한국인의 비율은 각각 11.6%, 30%에 불과했다.


이 조사를 통해 한국인이 일본과의 관계에 매우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해를 공유하는 현안에 협력하는 데 동의했지만, 이것이 일본과의 껄끄러운 역사 문제들을 묻어두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역사 문제에 있어 일본과의 갈등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한일관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역사 문제가 노력한다면 해결될 것이라는 ‘오해’를 풀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간 외교 관계가 철저하게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기본적 사실을 감안하면, 양국 정상의 우정이나 불화가 이를 좌우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읽힌다. 

양국 정상들이 서로가 좋아하거나 싫어할 필요도 없으며 중요한 것은 국익일 뿐이라는 점을 우리국민 대다수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승률 아산정책연구원 초빙 연구원은 “보통의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긴장·갈등하기 보다 화합과 우호 협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그것이야말로 상호이해·공생의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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