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7080-①] 한강의 기적 VS 21세기 한강의 기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1-16 07:5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70·80년대 성장 발판 '제조업'…21세기 새 먹거리는 '문화'

  • 중화학·자동차·조선 앞세운 고도성장…2000년 IT '반짝' 후 수출 내리막

  • 한국경제 미래로 떠오른 '문화콘텐츠'…수출 세계 8위로 연 7%이상 성장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 경제가 대외변수라는 심상치 않은 파도를 만났다.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던 경기지표는 불안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이던 수출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꼬인 실타래를 찾아봐도 도무지 찾기 어렵다. 지금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경제가 계속 저성장 늪에 빠져 있지는 않았다. 우리도 분명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70~80년대를 기억한다. 이번 ‘리멤버 7080’은 아주경제가 기획한 그레이트 코리아와 함께 한국경제의 전성기 시대였던 70~80년대를 조명하고 이를 다시 희망의 끈으로 만들기 위한 ‘재생프로젝트’다. 우리 경제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기존 노력 외에도 국가간 경제협력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힘을 키워야 한다. 경제적 외교 능력을 포함해 한국경제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경제의 부흥기였던 70~80년대는 자동차·철강·조선 등 제조업의 전성시대였다. 이들 제조업은 엄청난 규모의 부지와 인력 등이 투입됐지만 한국을 ‘수출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1등 공신이었다.

21세기 한국경제에서도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부진해졌지만 제조업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언제까지 한국경제가 제조업에 의존할 수는 없다.

세계경제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에서 현실에 안주하면 또 다시 쫒아가는 ‘추격자(패스트 팔로워)’로 전락할 수 있다. 선진국의 산업 패턴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산업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에도 상당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아직까지 수출 비중이나 전체적인 규모로 보면 제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꾸준히 문화콘텐츠 사업을 발굴 중이다. 18세기 중반 시작된 산업혁명을 뒤집을 유일한 대안으로 문화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의 트로이카시대…제조업 30년

지난 1973년 1월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은 철강, 비철금속, 기계, 조선, 전자, 화학 공업을 6대 전략 업종으로 선정했다.

향후 8년간 88억 달러 자금을 투입해 1981년까지 전체 공업에서 중화학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1%로 늘이고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농업국가로 인식되던 대한민국이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자 국제통화기금, 국제부흥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당시 오원철 중화학공업추진기획단장은 ‘새로 건설되는 공장은 국제 경쟁력을 위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공장도 대규모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분야마다 한두 개 민간업체를 선정한 다음 그들에게 공장부지, 도로, 설비 자금 등 대규모 지원을 해줬다.

성공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중화학공업 분야에 참여하기를 주저했던 기업은 ‘정부에서 전폭적인 특혜를 준다’고 하자 경쟁적으로 참여했다. 중화학공업화는 정부가 선정한 민간 기업에 의해 추진됐다.

중화학공업화는 안팎의 우려와 달리 초반부터 좋은 실적을 거뒀다. 1975년에 준공된 현대조선소는 첫해에 흑자를 내며 가능성을 열었다. 수출 100억 달러 목표도 4년을 앞당겨 1977년에 달성했다.

중화학공업화에 거액의 투자를 한 효과는 1973~1979년 한국경제를 고도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기계공업 부문에서는 실적이 부진했지만 제조업은 연평균 16.6%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화학공업이 전체 제조업에서 54%, 전체 공산품 수출에서 86%를 차지하게 되며 확실한 한국경제의 ‘효자’로 성장했다. 주요 선진국과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의 공업구조 변화를 일컫어 ‘영국에서 산업혁명 이후 100년에 걸쳐 실천한 것을 한국에서 불과 10년 만에 일어났다’고 한국경제 구조개혁에 주목했다.

중화학 분야와 함께 괄목할 성과를 거둔 곳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1968년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준공된 이후 현재 1공장부터 5공장까지 5개 단일공장이 운영 중이다.

1990년 6개 차종 56만대 생산능력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2010년 기준 13개 차종을 시간당 330대, 하루 6600대를 생산한다. 연간 최대 150만대까지 가능하다. 설립 이후 2009년까지 차량 누계대수는 2580만대에 이른다.

자동차는 여전히 강국으로 인식된다. 지난달 우리나라 제조업 수출증가율에서도 주요 제조업들의 수출 감소가 모두 두 자릿수였는데 자동차(-1.3%)만 유일하게 1%대 하락으로 선방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화학과 자동차를 빼면 한국경제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요즘 제조업 부진으로 관련 업계가 부침이 심한데 이들에게 경제 부진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가 제조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올바른 처방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콘텐츠는 ‘창조경제’…선진국형 산업으로 발돋움

제조업이 70~80년대 한국경제를 이끌었다면 앞으로 30년 한국경제를 책임질 산업군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정보통신(IT) 분야가 상당히 눈부시게 성장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생존경쟁도 치열하다.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호시탐탐 왕좌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분야인 셈이다.

최근에는 문화콘텐츠가 한국경제의 대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창조경제의 가장 확실한 대안이 문화콘텐츠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콘텐츠가 ‘21세기 한강의 기적’으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모방할 수 없는 독창성이다. 우리 전통문화나 드라마, 영화 등은 제조업, 정보통신 등과 달리 간접 수익이 무궁무진하다. 하나의 콘텐츠만 잘 만들면 연계 상품을 쏟아낼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장상식 연구위원은 “최근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를 보임에 따라 문화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은 해외 소비자로 하여금 문화적 근접성을 높여 소비재 수출을 견인하고 문화 확산을 통한 국가 이미지 제고 및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설명했다.

실제로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은 약 2조 달러 규모로 201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 4.7%를 기록해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은 510억 달러 규모로 세계 8위 수준이고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최근 3년간 연평균 7.3%씩 증가해 역시 같은 기간 전 산업 연평균 성장률 1.0%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문화콘텐츠 산업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치창출 원천인 사람중심 산업”이라며 “고용유발 효과가 클 뿐 아니라 핵심 콘텐츠가 다른 업종 내에서 확대 재생산되며 연쇄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이미 한국경제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정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우리 문화콘텐츠 수출 소비재 수출 및 관광객 유치 확대효과를 2000~2014년 30개국 패널데이터를 통해 회귀모형을 추정한 결과 문화콘텐츠 수출이 10% 상승할 때 소비재 수출은 0.18% 증가하고 관광객 유입은 0.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키워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움직임이다. 선진국에서는 제조업 비중을 낮추고 문화콘텐츠 산업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2007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을 기치로 문화콘텐츠 산업 수출산업화에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문화콘텐츠 상품의 해외 확산을 통한 수익 창출 및 자국 관광 연계가 핵심인 ‘쿨제팬(Cool Japan)’ 정책을 추진 중이다. 또 중국도 최근 정부 육성정책 및 거대 자본력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미디어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문화콘텐츠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에 밀린다. 대부분 문화콘텐츠 기업이 영세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 기업과 경쟁하고 중국 거대 자본에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화콘텐츠 업체에 세제·금융상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문화콘텐츠 상품대형화 추세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작·설비투자 세액공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문화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지원하고 산업 내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토록 현행 모태펀드 및 글로벌 콘텐츠 펀드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전문 대형 공연장과 이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클러스터를 건립해 한류 중심 랜드마크로 활용하는 등 부족한 문화 인프라 확충도 이어져야 한다.

장 연구위원은 “영국의 O2 아레나, 일본의 사이타마 슈퍼아레나가 기존 문화 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대표적 관광자원으로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사례”라며 “한·중 FTA 등 정부 간 협상을 활용해 해외 진출시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각국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우리 문화콘텐츠 상품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