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채널 시리즈-④ 홈쇼핑] 시장파괴자 알리바바…중국 홈쇼핑업계 판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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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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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중국 홈쇼핑 시장 규모 13조원…향후 성장 가능성 높아

  • 알리바바-하이얼TV 만드는 '홈쇼핑 스마트TV' …'T 커머스' 새로운 변화 바람 부나

중국 홈쇼핑 시장 규모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빛좋은 개살구. 한 때 TV 홈쇼핑 하면 중국인들이 떠올렸던 단어다. 하지만 당국이 홈쇼핑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각 홈쇼핑 기업들도 믿을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데 주력하면서 중국 TV 홈쇼핑 시장도 새로운 발전 단계로 올라서고 있다. CJ·GS·현대·롯데 등 우리나라 대표 홈쇼핑업체들도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다. 앞으로는 알리바바와 같은 인터넷기업도 홈쇼핑에 진출하면서 기존 TV 홈쇼핑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황금알을 낳는 거위

중국 TV홈쇼핑 기업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92년이다. 당시 광둥방송국에서 처음으로 홈쇼핑 광고를 내보내면서 TV홈쇼핑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그 뒤 1996년 베이징TV가 아예 홈쇼핑 전용 채널을 개설하면서 중국에 본격적으로 TV 홈쇼핑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TV홈쇼핑 산업이 발전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시장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3년 기준 중국 13억 인구 중 홈쇼핑 시청자 수는 4000만명에 불과했다. 2013년 중국 홈쇼핑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7.10% 증가한 658억3000만 위안(약 12조1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소비액인 23조4380억 위안 (약 4150조4000억원)의 0.3%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 등이 10% 이상에 달하는 것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인터넷쇼핑이나 모바일 쇼핑액보다도 훨씬 적은 수준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모바일 쇼핑액은 1700억 위안, 인터넷쇼핑액은 1조6000억 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중국 TV 홈쇼핑 시장 발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을 잘 보여준다.

오늘 날 중국 내 TV 홈쇼핑기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중국 광전총국(우리나라 방송위)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TV 홈쇼핑 채널기업과 승인을 받지 않은 일종의 ‘유사홈쇼핑’ 기업이다.

TV홈쇼핑 채널기업은 우리나라 CJ홈쇼핑과 손잡고 있는 동방CJ, 해피고(快樂購物) 등 직접 전문 TV 홈쇼핑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이다. 현재 중국 내에는 34개 TV홈쇼핑 전문 채널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전국 방영권을 가진 업체는 모두 11곳이다.

반면 유사홈쇼핑 기업이란 자체 방송국 없이 광고 프로그램만 제작해 방송국에 위탁 송출하는 기업이다. 이들은 위성TV등 방송국의 일정 시간대를 임대해 '인포모셜' 광고(정보 제공성 광고 및 판매행위)를 내보낼 수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치싱쇼핑(七星購物)과 샹궈궈지(橡果國際)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중국에는 유사홈쇼핑 업체를 포함해 모두 150여개 홈쇼핑 업체가 영업 중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지난 2009년 말 인포모셜 광고의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방영을 금지하는 등 유사 홈쇼핑 사업자를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오늘 날에는 전문 TV 홈쇼핑 채널을 운영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은 형국이다.

△불량기업 솎아내기

그동안 중국 TV 홈쇼핑 업계 발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90년대 중국 홈쇼핑이 활황을 보이면서 기업들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한때 홈쇼핑 기업 수는 1000여개에 달하는 등 양적으로 팽창했다. 홈쇼핑 업계엔 허위 과장광고, 품질불량 같은 문제가 잇달았다. 결국 TV 홈쇼핑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중국 홈쇼핑은 한바탕 ‘신용 위기’를 겪기도 했다.

중국 홈쇼핑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은 것은 2000년대부터다. 당시 우리나라 현대홈쇼핑(2003년 2월), CJ홈쇼핑(2004년 4월), GS홈쇼핑(2005년 4월) 등을 비롯해 미국 홈쇼핑채널 HSN등 외국기업들이 중국 거대한 TV 홈쇼핑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하나 둘씩 진출했다.

또 중국 당국에서 디지털TV 발전을 적극 지원하면서 광전총국 승인 하에 각 방송국들도 홈쇼핑 채널을 개설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후난위성TV의 ‘해피고’, 장쑤위성TV의 ‘하오샹거우(好享購)’ 등이 바로 당시 탄생한 중국 대표 TV홈쇼핑 전문채널이다.

하지만 광전총국이 2009년 유사홈쇼핑을 규제한 데 이어 2010년엔 홈쇼핑 전문채널 라이선스를 발급하면서 홈쇼핑 업계 진입 장벽을 높였다. 중국 TV 홈쇼핑 업계는 또 한번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 우리나라 GS홈쇼핑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 뒤 2012년 차이나홈쇼핑그룹 지분을 통해 중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중국 TV홈쇼핑 업계 규제 강화로 각 TV 홈쇼핑 업체들은 브랜드파워를 구축하고 공급상 관리를 한층 강화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홈쇼핑 업계 허위 과장광고는 줄어들었고 고객들도 다시 TV홈쇼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TV홈쇼핑 시장은 ‘제2 전성기’를 맞았다.

△1분에 2억7000만원 매출 신기록

중국 소비자들이 홈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상품군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 산업연구기관인 첸잔(前瞻)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국내 TV홈쇼핑들이 주로 구매하는 제품 순위는 디지털 가전제품(44.9%)이 1위, 생활용품(32.2%)이 2위, 나머지는 패션의류·잡화·뷰티케어 상품및 식품류다.

최근에는 기존의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웨딩촬영, 아파트, 의료보험 서비스 상품 등을 TV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기 위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동방CJ 홈쇼핑이 실내인테리어 서비스 상품을 판매해 25분만에 3800만 위안의 매출로 중국 홈쇼핑 사상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1분당 152만 위안(약 2억7000만원) 어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T 커머셜…새로운 변화의 바람

오늘날 중국 인터넷 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TV 홈쇼핑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인터넷쇼핑몰의 활황은 중국 TV 홈쇼핑 업계의 성장을 촉진했다. TV 홈쇼핑 업계도 TV에만 국한돼 있던 것에서 벗어나 온라인이나 모바일 ‘끌어안기’에 나서며 유통 플랫폼 다각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른 바 ‘원소스 멀티채널’이다. 상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시키고 여러 판매 채널을 가동해 점유율과 매출 확대를 꾀한다는 접근이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쇼핑데이)’로 불리는 지난 해 11월 11일 중국 TV홈쇼핑 기업들이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할인행사로 거액의 매출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동방CJ 홈쇼핑의 11월 11일 단 하루동안 온라인 주문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역으로 인터넷 기업들도 직접 TV 홈쇼핑 사업에 뛰어들면서 TV 홈쇼핑 업계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기업들은 기존의 TV 홈쇼핑처럼 광전총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방송국 채널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TV 제조업체와 아예 손을 잡고 ‘스마트 홈쇼핑 TV’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른 바 ‘T 커머스’다.

T 커머스는 TV와 상거래(Commerce)와의 합성어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등 네트워크와 연결된 TV를 통해 리모컨조작만으로 언제든지 원하는 상품정보를 검색하고 구매·결제까지 할 수 있다. 기존 홈쇼핑처럼 정해진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구매를 위해 번거롭게 전화를 걸 필요도 없다.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가 하이얼TV와 손잡고 홈쇼핑 맞춤형 스마트 TV인 '하이얼-알리 TV'를 공동 출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자사 인터넷 쇼핑몰의 제품 카테고리를 그대로 TV 화면으로 옮겨와 소비자들이 집안에서 하이얼 TV를 보며 쇼핑하고 알리페이로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를 대두로 한 이 같은 T 커머스의 발전은 앞으로 중국 TV 홈쇼핑 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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