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시를 읽다(26)] 홍콩에 밀린 마카오…도박으로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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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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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개요[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마카오 카지노업계에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지난 10월 마카오 카지노업체 수입은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23.2% 감소한 280억 파타카(약 3조7691억원)를 기록했다. 마카오 도박조사국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 하락폭이자 지난 6월 이래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의 ‘부패 척결’로 ‘동방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도박의 메카 마카오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마카오는 중국어로 ‘만의 입구’라는 뜻에서 아오먼(澳門)이라 불린다. 마카오라는 말은 중국인들이 고대 선원들이 항해를 떠날 때 뱃길의 무사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던 여신 ‘마조(妈祖)’에서 유래했다.

주장삼각주 남단에 위치한 여의도 세 배 크기의 마카오가 세계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포르투갈인들에 의해서다. 1557년 포르투갈인들은 아시아로의 항해 도중 잠시 들려 조공품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명나라 관료에 뇌물을 주고 마카오를 조차했다. 이후 아편전쟁으로 홍콩이 영국의 손에 넘어가면서 자극을 받은 포르투갈은 1887년 청나라와 '리스본 의정서'를 체결해 정식으로 마카오를 할양 받고 통치했다.

식민통치 442년 후인 1999년 12월 20일 마카오 주권은 다시 중국 정부로 반환됐다. 당시 중국 국영방송 CCTV는 “너의 이름은 이제 마카오가 아니고 아오먼이다’는 제목의 특집 다큐를 연일 내보냈다. 반환 후 '아오먼'에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발발로 경제 불황을 겪던 마카오 경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1999년 반환후부터 현재까지 마카오 경제 GDP는 무려 557%나 급증했다.

예로부터 마카오는 무역항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무렵부터 포르투갈 국력 쇠퇴와 함께 동서교역 중심지로서 영화를 홍콩에게 빼앗긴 채 세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마카오에는 방직물 등 경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과거 해방직후인 1950년대 마카오 수입 양복을 입은 멋쟁이를 ‘마카오 신사’라 불렀을 정도다. 

오늘날 마카오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관광업으로 그 중심에 카지노 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스탠리 호 STDM 회장이 40여년간 독점 운영하던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2002년 외국 기업에 개방된 데 이어 2003년 중국 대륙 관광객의 마카오 자유여행이 일부 허용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마카오에서는 STDM을 포함해 샌즈차이나·윈마카오·멜코크라운·갤럭시 MGM차이나 등 총 6개 기업이 영업권을 가지고 카지노 사업을 운영 중이다. 카지노를 메우는 대부분의 손님은 중국 대륙에서 온 '요우커(중국인관광객)'다. 1999년 80만명에 그쳤던 마카오 방문 중국 본토 관광객은 2013년 1860만명으로 급증했다.

요우커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 6개 기업의 카지노 수입은 총 45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7배가 넘는 규모다. 마카오 세수의 80%가 카지노에서 나올 정도다. 카지노 산업 호황에 마카오는 지난해 1인당 GDP 9만1376달러를 기록하며 스위스를 제치고 룩셈부르크·노르웨이·카타르의 뒤를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마카오 지역 실업률은 1~2%로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도박의 도시’ 답게 마카오는‘음습한 범죄의 도시’ 이미지가 짙었다. 카지노는 폭력조직의 돈세탁 창구역할을 한다. 카지노가 성행할수록 마카오에는 자연스럽게 폭력조직이 날뛰었다.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 본거지도 마카오다. 이에 중국은 마카오 주권 반환 직전부터 마카오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을 전개하면서 범죄는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카오 카지노산업 성장세가 주춤하며 마카오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마카오에서는 '탈(脫)' 카지노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카지노 천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관광·쇼핑·컨벤션 등 마이스(MICE) 산업이 발달한 복합 레저·엔터테인먼트 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광둥성은 선전(深圳)시 첸하이(前海)와 주하이(珠海)시 헝친(橫琴), 광저우시 난사(南沙) 등 광둥성 내 경제개발 신구와 홍콩, 마카오를 연결하는 웨강아오(粵港澳 광둥성·홍콩·마카오) 자유무역구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광둥성의 제조업, 홍콩의 금융업, 마카오 관광레저 산업을 한데 묶어 집중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웨강아오 자유무역구는 현재 상하이에 이어 제2 자유무역구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광둥~홍콩~마카오를 잇는 29.6㎞  세계 최장 다리 ‘주강아오(珠港澳) 대교’까지 2016년 완공되면 향후 마카오는 중국 광둥성과 홍콩과 함께 경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며 고도의 경제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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