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기증’ 이돈구 감독 “가정 파괴 소재, 불편하지만 필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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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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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현기증'의 이돈구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올해 만으로 30세인 이돈구 감독은 지난 2012년 영화 ‘가시꽃’으로 데뷔했다. 배우가 꿈이었던 이돈구 감독은 보는 오디션마다 낙방을 했다. 그래도 영화에 대한 꿈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그는 대학로에서 연극배우 활동과 함께 연출을 독학했다.

몇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뒤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영상 PD로 활동하다 드디어 2012년 첫 장편 ‘가시꽃’으로 감독 명함을 손에 쥐었다. ‘가시꽃’은 아동성범죄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제작비 300만원, 10회차 촬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이돈구 감독은 ‘가시꽃’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6일 개봉을 앞둔 ‘현기증’(제작 한이야기엔터테인먼트)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연출작이 모두 출품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돈구 감독의 ‘현기증’을 보고 그를 만났다.

4일 오후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이돈구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돌이킬 수 없는 가족의 비극을 다룬 ‘현기증’을 연출한 감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산뜻했다. 캐주얼한 복장에 얼굴에는 항상 미소를 띄고 있었다. 대뜸 영화의 소재를 얻은 경로를 물었다.
 

영화 '현기증'의 이돈구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몇몇 분들은 실화로 알고 계신데 100% 픽션입니다. 단지 비슷한 사건이 주위에 있다는 점에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죠. 학원폭력과 치매, 편집망상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떤 분들은 돌아가신 배우자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이와 관련된 책을 보면서 소재로 생각했었죠. 책이나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가공시킨 겁니다.”

사실 ‘현기증’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영화다. 무거운 소재, 어두운 톤은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보는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이돈구 감독은 ‘현기증’이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 학생들끼리 성매매를 시키는 경우를 접하고 굉장히 끔찍하다 생각했다”는 이돈구 감독은 “자꾸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다고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상의 어둡고 그늘진 부분을 끄집어 내 보여주는 게 낫다고 느꼈다”고 연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신인감독으로서 불편하고 힘든 영화긴 하지만 다양한 색깔을 내고 있었어요. 필요하지 않을까?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와야하는 영화가 아닐까 고심했죠.”
 

영화 '현기증'의 이돈구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어찌 보면 상업적 요소를 배제했다고 볼 수 있는 ‘현기증’은 치매 노인과 함께 살아가는 두 딸, 그리고 첫째 사위, 여기에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 관한 이야기다.

충격적인 사고와 사건에 휘말린 한 가정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 이돈구 감독은 이를 적나라하게 연출했다. 원래 상업영화가 아닌 다양성영화로 준비됐던 ‘현기증’은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성을 본 배우들의 뜻 깊은 참여로 더욱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돈구 감독은 “배우분들에게 출연료는 드리지 못했다. 모든 분들이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 화천으로 이동하는 기름값이나 숙박비 정도만 받으셨다. 송일국 선배님은 그 마저도 받지 않으셨다”며 “송일국 선배님의 열정은 장난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주몽인데라는 생각을 했고, 작은 역할이고 매력이 적은 배역인데도 흔쾌히 출연을 오케이해주셨다. 스스로 받쳐주는 역할이라면서 정말 충실하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김영애에 대한 고마움은 특히 더했다. 워낙 감정 소모가 컸던 역할이었던 김영애는 “현장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감독은 “김영애 선생님은 고생의 차원을 넘었다”며 “선생님과 도지원 선배님 모두 타박상으로 고생했다. 액션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정을 보이셨다. 특히 김영애 선생님은 정말 매일 우셨다. 현장에 가는 길 자체가 우울했다고 하셨다. 차에서 울고 대기실에서 우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미칠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감독으로서 모질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예민한 김영애에게 더 감정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만큼 고생한 배우들에게 완성품을 보여줬을 때, 배우들이 만족할 수 없다면 감독으로서 감당할 수 없었기에. 베테랑 감독의 말처럼 들렸지만 이돈구 감독은 신인이다.
 

영화 '현기증'의 이돈구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신인감독으로서 내놓는 작품마다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소감이 궁금했다.

“저는 살면서 제주도도 안 가봤습니다만 작년에 해외를 그렇게 많이 나갔죠. 영화제 초청은 저에게는 영광이자 인생의 목표였어요. 열일곱에 무작정 서울에 올라와 영화를 하고 싶어 오디션도 보면서 꿈을 키웠죠. 제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도, 좋지 않은 평가도 전부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기증’을 본 영화 제작 관계자들은 분명 이돈구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다. 차기작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예산이 많다면 자본에 대한 책임은 필수”라는 그는 “원래 하고 싶었던 장르는 미스터리 판타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예산에 맞는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야하는 게 영화인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이제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은 이돈구 감독의 차기작. ‘현기증’을 본다면 장르를 막론하고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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