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기름값, 단통법과 석대법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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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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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과 석대법]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 실효성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1일 이통 3사가 공개한 보조금 수준이 낮아, 단통법이 소비자 혜택보다는 이통사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 차별을 없앤다는 법의 취지와 달리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만 줄여줬다는 지적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에 비춰 보면, 이러한 단통법의 모순이 나타난다.

정부는 석대법과 단통법을 통해 기름값은 가격경쟁을, 휴대폰은 서비스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시장에선 가격경쟁만을 부추겼던 정부가 휴대폰에서 보조금 경쟁 축소로 소비자 서비스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석대법을 고쳐 석유시장 규제를 강화해왔다. 주된 내용은 개별 주유소 판매가격을 인터넷에 실시간 공개하고 정유사도 주간단위로 공급가를 공개토록 한 것이다. 단순 가격 비교는 실제 주유소간 치열한 가격경쟁을 야기해 휴‧폐업 주유소가 증가하기도 했다.

단통법은 오히려 치열했던 보조금 경쟁을 정부가 개입해 차단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한 보조금 축소로 소비자들 사이에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날 이통사들이 공개한 보조금을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의 경우 최고가 요금제 기준 SK텔레콤이 11만원, KT와 LG유플러스가 약 8만원선으로 보조금 제한선(30만원)에 크게 못미쳤다. 다수 네티즌들은 100만원에 가까운 고가의 스마트폰을 거의 제값 주고 사야 한다며 불평했다.

특히 보조금 상한을 정해 경쟁을 제한한 것이 소비자보다 기업을 위한 정책이란 시선을 낳는다. 정부는 이와 관련 “과도한 지원금을 통한 경쟁을 지양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으로 투자 확대 또는 요금 인하를 유도해 이용자 후생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투자 확대와 요금 인하로 유도할지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다만, 3년 후에는 상한규제를 풀고 시장경제에 맡길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단통법이 이통사들의 호재로 읽히고 있다. 단통법 시행 첫날 SK텔레콤의 주가는 전날보다 2.41% 오른 채 마감됐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됨에 따라 마케팅비의 효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통법이 마케팅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통사들은 단통법에 대한 대응으로 멤버십 혜택과 요금제 할인 등을 통한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단통법 이후 마케팅 비용의 증감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소비자 입장에선 단순 비교가 가능한 보조금에 비해 복잡다단한 서비스의 비교평가가 어려울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주유소의 경우 가격경쟁으로 인적서비스가 줄고 셀프주유소가 늘어나 일자리가 줄었다”면서 “이통사의 경우 서비스가 늘더라도 단순 할인 등은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축소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이는 시장 포화로 보조금 투입을 통한 가입자 확보 경쟁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지 소비자를 위한 현상은 아니다.

LG경제연구원은 “보조금 경쟁은 단말기를 교체하려는 일부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반면,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은 이용자 모두에게 더 공평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보조금 경쟁에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 통신 업계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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