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혜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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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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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2002년 그룹 Luv로 데뷔했는데 시기를 잘못 만났어요. 월드컵 시즌에 데뷔한 바람에 망했어요." - 18일 KBS2 '해피투게더3' 방송에서 전혜빈의 발언.

전혜빈은 어느덧 데뷔 12년 차를 맞았다. 걸그룹의 리더로 데뷔했다가 연기자로 전향했는데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차츰 쌓아온 내공이 어마어마할 테다.

드라마 '조선 총잡이'(극본 이정우·연출 김정민) 출연 이후 물밀 듯이 들어오는 CF 섭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전혜빈을 만났다. 연예 관계자에 따르면 소속사 나무엑터스의 주요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는 전혜빈. 최근 바빠진 스케줄 탓에 눈코 뜰 새 없는 전혜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들여다봤다.
 

'조선 총잡이'에서 혜원 역을 맡았던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전혜빈의 어제.

바야흐로 6년 전. 전혜빈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믿었던 사람의 배신과 연기 활동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스스로를 괴롭혔을 때 그는 연예인으로 살기를 포기하고자 했다.

"제 꿈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요. 생각해보면 그때 저는 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다 했어요. '이런 수모까지 겪으면서 내가 할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에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런데요. 막상 할 게 없는 거에요. 길을 잃고 헤맸어요. 하하.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전혜빈은 도전을 선택했다. 해보지 않았던 분야, 전혀 다른 분야인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오르며 내실을 다졌다. 두려움이 앞섰지만, 확신은 있었다. '무사히 잘 끝내고 나면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거야.'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전에는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바뀌었죠. 이렇게 하다가는 그동안 내가 했던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그때는 소속사도 없었고 온전히 혼자였죠. 그러면서 재정비를 했던 것 같아요. 잡초 같은 생명력도 그때 생긴 것 같고요."

배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경험'이라고 단언하는 전혜빈. 그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가요 무대에 섰던 경험, 또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쌓아온 경험이 전혜빈을 있게 해준 밑바탕이라고 했다. 전혜빈 안에 또 다른 전혜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 그래서 그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 총잡이'에서 혜원 역을 맡았던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전혜빈의 오늘.

24시간 동안 돈다고 해서 '이사돈'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여느 여배우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강인한 카리스마 때문에 '암사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심장이 뛴다'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은 탓에 뭇 연예인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정글의 법칙'부터 '심장이 뛴다'까지 이어져 오면서 사람들은 전혜빈을 두고 '여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예능 이미지가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드라마 미팅을 가면 '예능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 꼬리표를 너무너무 떼고 싶었죠. 예능 때문에 일을 못 한다는 생각에 탓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전혜빈이 차기작으로 '조선 총잡이'를 선택한 건 의외였다. '조선 총잡이' 속 혜원도 이전에 만들어졌던 여전사 이미지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이미지의 연속은 자칫 그에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선 총잡이' 속 전혜빈이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 전 캐릭터가 생존하기 위해 강했던 여자라면 '조선 총잡이' 속 혜원은 성공에 대한 야망 때문에 강단이 있는 여자였어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먹는 캐릭터인데도요. 입체적인 캐릭터라서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이준기나 남상미, 유오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 탓에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면 묻힐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부담감도 있었다. 10회, 그러니까 전체 방송 중 절반이 지나서야 긴장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전혜빈은 이렇게 말했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어색함을 이겨내려고 오두방정을 떨었어요. 하하."
 

'조선 총잡이'에서 혜원 역을 맡았던 전혜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전혜빈의 내일.

목소리에 묻어나는 에너지 하며 눈에 담겨있는 열정까지. 전혜빈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미래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욕심'만' 있는 배우가 아닌 욕심'도' 있는 배우. 실력과 열정이 공존하는 배우가 바로 전혜빈이다.

"배우로서 욕심이요? 욕심이라고 하면 욕심인데 막 휘황찬란하지는 안호아요. 어렸을 때는 시키는 대로 해왔다면 지금은 제가 그리는 미래가 있어요. 어떻게 걸어가면 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는데 그걸 잘 지키는 게 제 욕심이에요. 너무 소박한가요? 하하."

줄곧 누구의 친구, 누구의 가족으로만 출연했던 전혜빈. 이제 '주연' 타이틀을 욕심낼 법도 하지만 천천히 가고자 했다. 더 단단히 내공을 쌓은 후, 스스로 만족할 때쯤 주연 자리에 앉고 싶다는 소소한 바람이다.

"어렸을 때는 사실 주연 욕심 있었죠.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그런데요 지금은 솔직히 없어요. 좋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더 생겼죠. 잘해낼 자신도 없는데 무조건 주연 타이틀을 쫓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조선 총잡이'도 수인(남상미 역)과 혜원 중에 혜원이 더 제게 잘 맞는 옷이에요."

전혜빈은 조급하지 않다고 했다. 평생 할 일인데 조급해서 뭐하겠느냐고 했다. 지금의 전혜빈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언젠가는 존경받을 수 있는 배우의 자리에 앉는 것, 그게 스스로가 기대하는 미래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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