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부자 미술관' 문 확 열었다, 리움 개관 10주년 미술 컬렉션 230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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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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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부터 국보급 문화재-유명 현대미술품 나란히 전시 관객과 '교감' 시도

[리움 미술관 계단에 설치된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빛 조각 '증력의 계단'은 벽면과 천장과 설치된 거울에 반사되어 태양계를 형상화했다. 사진=리움 제공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국내 최고 최대 미술 컬렉션을 보유한 곳이라는 유명세 탓일까. 시멘트 담장 높은 고급 주택가 자리에 위치한 건물도 어쩐지 위압적이다. 렘 쿨하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등 해외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

 서울 한남동 남산 이태원에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홍라희)은 '호사스런 미술관'으로 각인되어있다. 개관한지 10년째 지만 삼성의 안주인이 운영하는 '돈 많은 미술관'으로, 또는 '기업의 비자금 수장고'같은 문턱높은 미술관이다. 2007년 홍라희 관장이 그림 한점을 87억이나 주고 샀다는 '행복한 눈물' 사건이 터지면서 더 알려졌다.  화려한 브랜드로 명암은 깊다.  '부자 미술관'은 미술계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자 질시어린 공간이다. 국내 현대미술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미술관으로 일등공신이지만 그럼에도 리움은 수십억짜리 미술품이 가득한 '삼성 미술관'으로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10년.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콧대높아 보이던 삼성미술관 '리움'도 변했다. 이런 시선을 아는 리움이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몸을 낮췄다. 일단, '이 거대한 미술관에 얼마나 비싼 미술품이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에 응답했다.

19일부터 시작한 리움 개관 10주년 특별전 '교감'에서 리움의 모든 걸 보여준다. 

이번 기획전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국보 217호)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국보 139호), 불교미술품인 ‘신라묵서 대방광불화엄경’(국보 196호), ‘아미타삼존내영도’(국보 218호) 등 117점의 고미술품도 나온다. 국보급 24점과 보물급 34점 등 주요 유물만 50점이 넘는다.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가 함께 한 전시에 나오는 건 처음이다.

 총 230여점이 나오는 전시는 상설·기획 전시실을 아우르는 리움의 첫 전관(全館) 전시다. 기획전시실에 펼친 신작 13점을 제외하면 삼성미술관이 리움, 플라토, 호암을 통틀어 내놓는 베스트 컬렉션으로 삼성가 소장 미술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크게 시대교감(時代交感)과 동서교감(東西交感), 관객교감(觀客交感)으로 나뉜다. 고미술 상설 전시실인 '뮤지엄 1'(Museum 1)에는 우리 고미술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해 시간을 초월한 '시대교감'을 시도한다.

'청자철화 조충문 매병'과 '청자 연지문 합' 등 한국적 미의 정수로 꼽히는 고려청자가 흙에 대한 성찰을 담은 김수자의 영상, 청자 파편을 연구해 유약의 색감 차를 대형 캔버스로 표현한 바이런 김의 작품 등과 어우러진다.

보물 1425호인 '백자철화 매죽문 호'와 보물 1229호인 '분청사기조화 절지문 편병' 등이 새로 공개된다. 백자와 분청사기는 회령의 흑유 달항아리의 파편을 재조합해 만든 이수경의 작품과 나란히 놓여 전통과 현재의 소통을 시도한다.
 

[보물급 백자와 분청사기는 흑유 달항아리의 파편을 재조합해 만든 이수경의 작품과 나란히 놓여 전통과 현재의 소통을 시도한다. 사진=리움 제공]


로스코의 추상회화, 자코메티의 조각은 불상과 불경, 불화와 함께 설치돼 속세의 번민에서 벗어나 초월적 정신세계에 이르고자 하는 불교미술의 주제와 조화를 이룬다. 박서보, 윤명로, 정창섭, 최만린 등 1950년대 후반 전후 복구 과정에서 추상화 경향을 보인 작가들의 작품과 미국 망명 화가인 아쉴 고르키 등의 초현실주의적 추상이 교감을 나눈다.

 고미술 상설전시실과 현대미술상설전시을 잇는 계단에는 덴타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빛 조각인 '중력의 계단'이 설치돼 작품속에 들어간 듯 환상적이다.  길이 23m 의 계단 벽면과 천장에 설치된 거울이 반사되어 공간을 태양계로 변신시켰다.

1960년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이에 비견되는 1970년대 한국의 단색화 운동의 유사한 형식적 특징과 미묘한 차이도 엿볼 수 있다. 1960년대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가 등장한 이후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경향은 요셉 보이스, 수보드 굽타, 데미안 허스트, 신디셔먼, 장샤오강, 이후환, 이불 등의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남부 산악 지역에서 수집된 고목을 눈에 띄게 인위적으로 조합해 나무로 만든 작품을 통해 중국의 현실과 현대 도시의 인공적인 풍경을 비꼰다. 

우혜수 리움 학예연구실장은 “어떻게 하면 편안한 미술관이 될수 있을까을 고민했다"며 "보편적 가치가 상설 전시에서 드러나도록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21일까지. 일반 1만원, 청소년 6000원.(02)2014-6901.


◆'리움'의 태생은 호암미술관이다. 1982년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 소장품으로 용인에 호암미술관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호암갤러리로 1998년 삼성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때부터 현대미술 전시가 늘어났다. 이후 2004년 삼성미술관이 있던 중앙일보 건물을 떠나 한남동으로 이사하면서 '리움'의 시대가 열렸다.대지 약 8000㎥, 연면적 약 3만㎥규모로 개관했다. 리움의 뜻은 설립자의 성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의 어미 '-um'을 합성한 것이다. 한국의 미술뿐 아니라 세계의 미술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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