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시진핑, 한국에서 네갈래 화살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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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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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서울대 강연 모습.[사진=아주경제]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3~4일 한국을 방한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에서 네갈래 화살을 쐈다. 한국에서 파격적인 예우와 전 국민적인 환대를 받은 시진핑 주석은 한중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일본, 북한, 대만에 강한 메시지를 주는데도 성공했다.

◆미군 주둔국에서 미국 견제 메시지

첫번째 화살은 미국을 향했다. 시 주석은 방한을 하루 앞둔 2일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미국이 중국의 기본적인 국가상황과 대내외적인 정책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길 희망한다”라며 미중 관계에 대해 "꽃을 더 심고 가시를 키우는 것을 줄여야 한다"며 미국측에 협력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시 주석은 미군의 주둔지이자, 동북아의 혈맹인 한국을 찾았다.

3일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날인 4일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정리내용에서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거론했다. AIIB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미국과 그 동맹이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에 맞서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FTAAP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AIIB 설립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캐롤라인 앳킨신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 고위관료에게 한국의 AIIB 참여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회담 의제로 올려졌고 박근혜 대통령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이상 AIIB설립참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나라의 AIIB 설립참여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금융질서에 편입된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FTAAP 역시 중국이 아시아 맹주로 올라서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며, 한국의 참여는 추진에 큰 탄력을 부여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군주둔지에서 미국의 우방을 자신편으로 한층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이며 미국을 견제했다. 그 반대급부로 우리나라에 원-위안화 직거래와 한국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경협확대 등을 선사했다.
 

아베정권에 반대하는 일본의 시위대.[사진=신화사]



◆대일공조 재확인, 우군확보와 적진교란

두번째 화살은 일본을 향한 것이었다. 시 주석은 4일 가진 서울대 강연에서 임진왜란과 노량해전을 상기시켰다. 그는 “400년 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양국 국민은 적개심을 품고 어깨를 나란히 해서 전쟁터로 같이 향했다"며 “명나라 등자룡(鄧子龍) 장군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함께 전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명나라 장군 진린(陳璘)의 후손은 오늘까지도 한국에서 후손이 살고 있다"고 발언하며 일본에 대한 양국의 밀착공조를 촉구했다.

이어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4일 비공식 오찬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헌법해석 변경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훼손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전날 채택한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서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 등을 우려해 일본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두 정상은 이날 비공식 오찬 자리를 빌려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대해 고강도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

더 나아가 두 정상은 양국이 공동성명 부속서를 통해 위안부 공동연구와 사료접근에 협력키로 했다. 또한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내년은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의 70주년이자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한반도의 광복 70주년"이라며 양국이 함께 기념행사를 거행할 것을 제안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과 중국의 정상이 한 목소리로 일본을 비난하는 발언을 내는 것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중 양국의 강한 반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기 어려우며, 동북아에서의 깊어지는 고립은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4일 “중국이 한·미·일 3국 간의 협력을 교란시키고, 한국을 끌여들여 일본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댜오위다오를 두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과거사를 둘러싼 역사갈등도 빚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일전략에 우군을 얻은 셈이며,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삼국공조를 약화시키는 이익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경고

세번째 화살은 북한을 겨냥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에 핵 도미노가 발생하게 되고, 일본과 대만이 핵무기 개발에 착수할 개연성이 높다. 이는 중국의 동북아 맹주 등극에 강력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때문에 중국은 북핵문제에 있어서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왔다.

시진핑 주석은 4일 서울대 강연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출현에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포함한 조선반도(한반도)의 유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한반도 핵무기'에 반대한다는 말을 직접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시 주석은 "남북 쌍방이 남북관계 개선 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해야만 (한)반도 인민이 갈망하는 자주적, 평화적 통일의 염원이 실현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 인민은 영원히 (한)반도 인민의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 상황에서 통일은 국력차이에 의해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세지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시 주석은 전통적인 관례를 깨고 북한을 방문하지 않은 채 한국을 방문했다. 또한 북중 양국의 고위급 교류는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1년새 박대통령과 시주석이 다섯번 만났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한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마잉주 대만 총통.[인터넷캡쳐]



◆대만내 친중파 입지강화 포석

네번째 화살의 타깃은 대만이었다.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2012년 재선에 성공한 후 중국과의 관계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만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있다.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대만내 반중정서가 강해지고 있으며 친중파인 마잉주 총통의 정치적 입지 역시 좁아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대만내 친중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야 하는 동시에 현지의 반중정서가 누그러지기를 원한다. 이 같은 상황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올해 내 한중FTA 체결을 합의했다.

한중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중수출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전자제품,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분야에서의 수혜가 크다. 이 중 전자제품, 반도체, 석유화학 분야는 대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대만으로서는 중국시장에서 ‘가격이 낮아진 한국제품’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아야 한다. 이는 대만의 경기와 고용상황에 직결될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은 지난해 서비스무역협정을 맺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대만 입법원에서의 비준이 막혀 있다. 또한 이를 두고 대만 국민의 반대여론도 비등한 상태다. 중국으로서는 ‘한중FTA 금년내 체결’ 카드로 대만의 야당과 반중여론을 압박할 수 있다.

이에 화답하듯 지난 3일 엘살바도르를 방문했던 마 총통은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중 FTA가 대만 기업 등의 중국시장 점유율에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 "걱정으로 마음이 급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또한 “한국과 대만 간의 격차를 줄일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대만 내에서 정쟁만 계속한다면 이는 집권 국민당뿐만 아니라 대만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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