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파트 붕괴 사고 이례적 사과 보도 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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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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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염두에 둔 듯 …정부, 사상자 수백명 추정

북한이 18일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일어난 대형사고를 보도했다. [사진= 채널A 캡처]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이 18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아파트 붕괴 사고에 대해 고위 간부가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장면 등을 비롯, 대형사고를 이례적으로 보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둔 북한 지도층이 주민 불만을 의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양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들이 지난 17일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표하고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나 사고의 구체적인 발생 경위와 인명피해 규모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주민에게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이 그동안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사고를 보도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더구나 북한 당국의 주민에 대한 사과 수위도 매우 높다.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피해가족과 평양 시민들을 만나 "이 죄는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다"며 반성했고, 사고 건물의 건설을 담당한 인민내무군 장성 선우형철은 "평양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한 간부가 잔뜩 모인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사진이 실렸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자존심을 굽히며 주민들에게 사과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지난 2004년 4월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북한은 사망자 150여 명, 부상자 1300여 명 등의 인명피해를 보도했지만 사과 보도는 없었다.

또 2010년 초 당시 김영일 내각 총리가 평양 시내 인민반장 수천 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 등의 부작용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사고에 대해 신속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인민 중시'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민심의 동요를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사고 기사를 "인민의 이익과 편의를 최우선, 절대시하고 인민의 생명재산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은 조선노동당과 국가의 시종일관한 정책"이라고 시작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수길 평양시당 위원회 책임비서가 "원수님(김정은)께서 이번 사고에 대하여 보고받으시고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어 밤을 지새우셨다"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위간부들에게 만사를 제쳐놓고 현장에 나가 구조작업을 지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김정은 체제는 2012년을 '인민의 해'로 정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신조어를 내세우는 등 권력 공고화를 위한 민심잡기에 힘써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주민의 불만을 증폭시킬 중대사안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사고 건물인 23층 아파트에 92가구가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한 점을 감안할 때 사상자가 많게는 수백 명이나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이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계층'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려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지역인 평천구역은 중구역, 보통강구역과 더불어 평양의 중심지로 권력이 있고 돈이 많은 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북한이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 매체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무책임하다고 연일 선전하는 상황에서 정작 북한 내부의 대형참사를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사고를 신속히 보도한 데는 남측의 세월호 사건과 비교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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