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호미로도 가래로도 못 막은 보험사의 신뢰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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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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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장기영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은 적은 힘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에 쓸데없이 많은 힘을 들이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고객정보 유출 사실을 발뺌하다 뒤늦게 시인한 K생명은 부러진 호미로 잔꾀를 부리다 거짓해명 논란을 자초했다.

K생명은 지난 24일 한 보험 독립법인대리점을 통해 14개 보험사의 고객정보 1만3000여건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줄곧 자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 K생명의 이름이 포함된 경찰 내부 문건을 입수해 재차 정보 유출 여부를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K생명은 이 과정에서 정보 유출 사실을 단정적으로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화를 키웠다.

지난 2009년 11월까지 해당 대리점과 계약 관계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신계약 건수가 100여건 정도로 미미했고 고객정보 유출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정보 30여건이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고, 구구절절한 해명은 거짓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언론을 상대로,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생명보험업계 2위사를 자처하는 대형 보험사의 체면을 구기기에 충분했다.

기자들의 잇따른 문의로 정신이 없었던 다른 보험사 관계자들 역시 K생명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K생명의 이 같은 모습은 보험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당일 사실 여부를 신속히 파악해 대표이사 보고까지 마친 L손해보험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L손보는 실무 부서와 담당자를 통해 고객정보 유출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하루만에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K생명은 지난 60여년간 국내 대표 보험사로 성장하며 쌓아 온 고객들의 신뢰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 뻔 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을 연출한 K생명의 뼈저린 반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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