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新서부 대개척’에 나서다…中 수출서 내수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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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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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국내 기업들이 중국사업의 목표를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고 현지 서부지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잠시 주춤했던 중국판 ‘고 웨스트’(Go West) 정책인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가 부활하면서 이 지역 투자에 관심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집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서부지역 핵심도시 시안을 찾아가 “한국기업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독려한 점이 우리 기업들의 투자 계획의 확대 수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부지역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어들게 되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중국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두 번째는 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대다수 국민들의 소비력이 갈수록 떨어져 내수 경기도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러자 최근 수년간 선별적인 투자허가와 함께 내국인·외국인기업간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추진해오던 중국은 “내수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라”며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문호를 다시 개방하고 있으며, 투자와 내수를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산시성 시안 가오신 공업개발구에 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이 공장에서 월 10만장의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 건설에 70억 달러(한화 약 8조원)를 투자한다. 이는 삼성의 중국 투자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자, 중국 내 외국 기업의 단일 투자 프로젝트로도 가장 큰 금액이며, 향후 반도체 시황을 봐가며 2~3단계 생산라인 건설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내 4공장 부지를 물색중인 현대자동차도 서부지역 도시인 충칭을 유력 지역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29일 중국의 서부대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대차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물류비용, 시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충칭은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기지로 창안자동차와 창안포드자동차, 창안스즈끼 등이 진출해 있으며, GM의 중국 현지합자법인인 상하이GM우링차 등이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기업으로는 한국타이어가 이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고로 일괄제철소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중국 투자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도 중국 서부지역에 자동차 강판공장 및 가공센터 추가 설립을 검토중이다. 자동차 강판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해 충칭에 연 12만t 규모의 가공센터를 완공했으며, 추가 가공센터 및 강판공장 건립 등을 고민중이다.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이 지난달 29일 “대통령이 노력하신 만큼 중국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이미 LG그룹이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서부지역 개발에 대한 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SK그룹은 지난해 1억 달러를 투입해 현지기업 시노펙과 충칭에 부타디올 공장을 건설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롯데그룹이 롯데마트 105개와 백화점을 연이어 개설했으며, CJ그룹과 이랜드그룹 등도 전 방위적으로 중국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 투자 기대감은 서서히 고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산업계의 중국에 대한 분위기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한국 증시에서 중국 내수종목 주가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대표 수혜주인 오리온은 4월중 12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가 1일 96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빙그레도 3월 14만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11만원으로 내려앉았다. 농심도 4월 36만2000원에서 26만5000원으로 떨어졌으며, 에이블씨엔씨는 4월초까지 8만원대를 유지하다가 3만~4만원대로 밀렸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향후 50년간 서부지역 투자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공헌했지만 이미 중국 투자의 장단점을 파악한 국내기업이 과거와 같이 ‘일단 발을 들여놓고 보자’는 식으로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투자 결과를 봐가며 신중히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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