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동 성폭행 예방 예산은 없나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얼마 전 딸을 낳은 친구가 대뜸 그런다. “직장 복귀는 그만 둘까봐.”

이유는 이렇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그렇게 뻥 뚫려있는 현실을 보니 불안해서 어디 아이 놓고 직장에 나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바라던 딸을 낳았다며 좋아하던 그 친구가 갓 낳은 딸 걱정에 벌써부터 시름이다.

조두순, 김길태에 이어 김수철 사건까지 발생하자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친구다.

최근 3년 동안 아동성폭행이 평균 1106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 피해현황은 우리나라 13세 미만 아동성폭행 피해는 2007년 1081건, 2008년 1220건, 2009년 1017건으로 평균 1106건에 달했다.

사실상 매년 1000여건의 조두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아동성폭력 예방 대책은 미흡하다.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아동복지예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며 평균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나라에서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데 써야 할 예산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런 사회에서도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국가는 국민에게 대체 어떤 요행을 바라는 것일까. 요즘 딸 가진 부모들의 심정이 외줄타는 광대의 심정이란 게 이해가 간다. 도처에 지뢰와 철조망이 잔뜩 깔렸으니 말이다.

그간 뒷북치는 조치 취하기에 급급해온 정부는 이제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한다. 여기에 과거 충격적 성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내놨던 사형제 부활, 전자발찌 소급적용, 화학적 거세 등 선정적 대책 또한 꺼내고 있다.

다만 예산에 관한 언급은 없다.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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