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가 국내 제조·IT 분야를 넘어 방위산업에도 진출한다. HD현대가 차세대 구축함에 팔란티어 플랫폼과 AI(인공지능)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스마트 조선소에 이어 구축함 건조에도 팔란티어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세대 구축함에는 팔란티어의 파운드리 시스템과 고담 플랫폼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파운드리 시스템은 구축함의 엔진, 무기 체계, 통신 장비 등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유지보수 일정을 최적화한다. 고담 플랫폼은 레이더, 소나, 위성 이미지 등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전장 상황 분석을 지원한다.
HD현대는 그간 팔란티어와 협력을 강화해왔다. 2023년에는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AI 솔루션을 도입해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조선 3사의 스마트 조선소 1단계인 ‘가시화된 조선소’ 구축을 완료했다.
2026년까지 2단계인 ‘연결되고 예측 가능한 최적화 조선소’, 2030년까지 3단계인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해 생산성과 공정을 각각 30% 향상하고 단축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정기선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대표를 만나 AI 조선소 프로젝트를 논의하기도 했다.
IT 업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 HD현대 등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팔란티어의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방위산업까지 팔란티어가 진출하면 국내 기업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마키나락스, 42MARU 등 국내 AI 스타트업이 방산 혁신 기업으로 선정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AI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상황에서 팔란티어의 방위산업 진출은 이들에게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규모와 기술 면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팔란티어와 경쟁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최소한 성장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데 HD현대가 구축함에도 팔란티어 기술을 도입한다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팔란티어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데에는 팔란티어 창업자 피터 틸의 정치적 영향력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터 틸은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인사로 꼽히며 J. D. 밴스 부통령을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반도체, 조선 등 미국과 밀접한 산업에서 팔란티어 기술 도입은 백악관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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