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만 믿다 콧대 꺾인 글로벌 기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12-02 17:3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포브스, 중국 진출 외국기업 3가지 실패사례

전 세계 기업들이 13억 중국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8.9%에 달했다. 유럽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중국이 202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이 없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제품도 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현지화' 없는 '글로벌화'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일(현지시간) "성공적인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광고 모델부터 매장 규모에 이르기까지 중국문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실패 사례 3가지를 소개했다.

◇애플=애플은 지난 10월 말 중국에서 아이폰을 정식 출시했다. 하지만 시판 첫 주 판매량이 5000대에 그치면서 중국 대륙에 아이폰 열풍이 불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세를 불리고 있다.

포브스는 애플의 대표 제품인 아이폰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은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지인의 눈높이와 취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통신사와 아이폰 이용자들의 통화료 지불방식을 후불제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동통신료도    전화카드처럼 필요할 때마다 충전하는 방식(pay-as-you-go)을 선호한다. 통화요금 후불제를 신청하려면 보증인이 필요한 데다 절차도 복잡하지만 충전카드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도 잘못 선택했다. 애플이 제휴를 맺은 차이나유니콤의 시장 점유율은 1위인 차이나모바일(70%)에 비해 크게 뒤지는 30%에 불과하다. 점유율이 낮은 만큼 아이폰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독일 자동차 메이커 베엠베(BMW)는 현지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40살이다. BMW는 중국의 타깃 고객들이 다른 시장에 비해 젊은 편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BWB는 신세대 고객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MyBMWClub.cn'을 개설하는 등 중국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포브스는 설명했다.

◇모토로라=모든 마케팅의 제1원칙은 소비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 역시 다르지 않다. 같은 문화권인 한국인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에서는 중국인들이 찾아낼 수 있는 공통 분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포브스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놓쳐 실패한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모토로라를 지목했다.

모토로라는 중국에 처음 진출하며 이른바 최신유행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서양인 모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광고를 내보냈다. 하지만 광고는 역효과를 냈다. 검은 눈의 중국인들이 파란 눈의 모델과 아무런 공감대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반면 영국계인 HSBC은행은 '세계적인 지역은행'이라는 문구를 강조하며 중국인들에게 '토종기업' 이미지를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 또 화장품업체인 에스테로더는 광고에 서양인 모델과 중국인 모델을 함께 등장시켜 중국인들의 광고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티파니=포브스는 해외시장을 상대적으로 박대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매장 규모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결정할 때 해외시장에 대해서는 안방시장보다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외 매장은 규모가 작고 판매되는 제품도 제한적이다. 해외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지나친 투자는 손실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그러나 중국시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만큼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인들은 세계 최고 기업이 만들어 내는 최신 제품을 누릴 수 없다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보석업체인 티파니는 중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대표적인 기업이다. 보석시장은 중국 신흥 중산층의 소득증가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중국시장의 다이아몬드 매출은 연간 20% 상승할 전망이다.

하지만 티파니는 세계 최고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중국 여성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화려한 보석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초라한 매장과 빈약한 제품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푸대접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루이비통과 구찌의 경우 최신의 고가 명품으로 채워진 복층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