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와 장기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원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기 설계 단계부터 기술 자문에 참여해 향후 원전 건설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미국 퍼스트 아메리칸 뉴클리어(First American Nuclear Co·FANCO)와 'EAGL-1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포괄적 기본계약(MSA)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계약식에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조지 말론 FANCO 원자력 프로그램 총책임자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 7월 체결한 EAGL-1 프로젝트 기본협약을 구체적인 계약 단계로 발전시킨 것이다.
MSA는 기업 간 장기 협력을 위해 공통 계약 조건과 책임 범위를 사전에 정하는 계약이다. 실제 업무가 발생하면 개별 과업 지시서를 통해 업무 범위와 기간, 계약금액 등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양사의 계약기간은 총 5년이며,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계약기간 동안 EAGL-1 프로젝트의 시공성 검토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자문, 건설 분야 기술 피드백 등을 수행한다. 설계 초기 단계부터 현대건설의 설계·조달·시공(EPC) 경험을 반영해 향후 실제 시공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FANCO가 개발 중인 EAGL-1은 액체 납과 비스무트 합금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액체금속냉각고속로(LMFR) 기반 차세대 SMR이다.
단일 원자로 기준 약 240MW의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됐으며, 여러 원자로를 모듈형으로 배치해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설비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전력원을 활용해 초기 전력 수요에 대응한 뒤 단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브리지 파워(BRIDGE POWER)' 솔루션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시설을 주요 수요처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FANCO는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규제 협의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기술 상용화를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차세대 원자로 개발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협력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실제 건설공사 수주 여부와 계약 규모는 향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참여하는 국내 건설사의 사업 영역도 설계·기술 자문에서 시공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대형 원전은 물론 차세대 에너지 건설시장에서도 글로벌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FANCO와의 계약을 통해 EAGL-1 프로젝트 상용화를 이끌고 미국 SMR 시장에서의 선도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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