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시대 개막] 늘어나는 '투자 선택지'…쉽게 되팔고 돈 받는 시대 열린다

  • 분산원장에 법적 장부로 활용…전산시스템에 전반에 효율성 증진

  • 조각투자 상품 다양화·거래 유통 활발 기대

  • "투자자 체감, 결제 서비스 구축에 달려"

아주경제 DB
[이미지=아주경제 DB]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2024년 3월 'BUIDL'이란 투자상품을 내놨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런데 BUIDL은 기존 펀드와 달리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토큰화 펀드다. 쉽게 말해 펀드 투자자금(지분)이 블록체인 내 토큰으로 저장된 '디지털 쿠폰'이라고 보면 된다.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펀드의 매매·정산은 영업시간 내에 증권·운용사를 통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BUIDL은 24시간 365일 언제든 실시간으로 투자금을 빼거나 이전할 수 있다.

토큰증권(STO) 시대가 내년 개화한다. STO는 그동안 부동산이나 음원에 대한 권리를 작게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라는 개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TO는 조각투자를 넘어 디지털금융 전반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STO 시대 금융은 어떻게 바뀌고, 얼마나 편리해질까.

◆2027년, STO 시대의 개화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개정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은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토큰증권은 증권에 관한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참여 기관이 증권의 발행·보유·거래 정보를 공동으로 관리한다.

핵심은 분산원장을 증권의 권리를 기록하는 법적 장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도 채권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발행하고 이전할 수 있다. 다만 별도의 블록체인 장부에 보유 내역을 기록하더라도 이 기록 자체가 전자증권법상 권리 변동을 인정받지 않고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내년 제도화의 골자다.

예컨대 A증권사 고객이 보유한 채권을 B증권사 고객에게 이전할 때 현재는 관련 전산시스템을 연계해 보유 내역을 변경하고 처리 결과를 확인한다. 토큰 방식에서는 참여 기관이 공동 장부에 기록된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기관끼리 정보를 주고받거나 서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토큰증권 제도화와 함께 기초자산을 묶는 규제도 완화된다. 이에 따라 토큰 방식으로 발행할 수 있는 조각투자 상품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예컨대 음원 한 곡의 수익권 대신 여러 곡의 수익권을 묶은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개별 규모가 작아 상품화하기 어려웠던 자산도 모아 투자 대상으로 만들 수도 있게 된다.

◆ STO 도입, 뭐가 달라지나

내년 시행되는 STO 관련 법은 1단계에 해당한다. 향후 2·3단계에서는 거래대금 결제 등 시장 운영 방식에 대한 제도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대표적인 게 결제방식 변화다. 지금은 주식 거래대금 결제·청산이 증권사, 거래소, 예탁결제원을 거쳐 복잡한 전산등록·기록 절차를 거치지만 STO 시대엔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다. 투자자로선 증권을 사고팔고 거래대금을 받는 과정이 한층 편리하다.

STO 제도화로 보유한 조각투자증권을 되팔 수 있는 방법도 유연해질 전망이다. 예컨대 건물 임대수익을 받는 수익증권에 투자한 사람이 자금이 필요해지면 건물 처분까지 기다리지 않고 장외거래소에서 매수자를 찾아 증권을 팔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비상장증권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가 미국 비상장 인공지능(AI) 기업 관련 증권을 국내 플랫폼에서 접하는 서비스 등을 상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로드맵의 정교화다. 2·3단계 이행 시점과 구체적인 결제 인프라 구축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반투자자가 변화를 체감하려면 다양한 상품 출시와 유통시장 활성화, 결제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기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 시장 수요, 기술 발전과 관련 법제화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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