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는 10월23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핵심은 명태균씨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항소심은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고, 나머지 증거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유죄를 증명할 책임은 수사·기소기관에 있다. 피고인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이 피고인에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치적 비난이 크거나 의혹이 오래 제기됐다는 사정으로 이 기준을 낮출 수 없다.
이 원칙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재판에서는 무죄추정을 강조하면서 반대편 인물에게는 의혹만으로 유죄를 요구한다면, 법은 진영의 도구가 된다. 국가가 시민을 처벌하려면 충분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은 권력자와 일반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설명은 이 지점에서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외부 인사와 어떤 관계를 맺었고, 제공받은 정보와 도움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유권자가 물을 수 있다. 다만 그 질문도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이라는 말로 입증되지 않은 범죄를 기정사실화해서는 안 된다.
특검 역시 판결에 대한 불만을 넘어 증거로 답해야 한다. 특검은 명씨 진술 외에도 캠프 관계자의 대화 내역 등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출했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가 해당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는 기소 측의 반론이며, 그 타당성은 판결 이유와 증거를 대조해 검토해야 한다.
법원에도 설명의 책임이 있다.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달라졌다면 증거 평가가 갈린 이유를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판결을 존중한다는 것은 비판을 금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증거를 빠뜨렸는지, 추론에 비약이 있는지 따지는 일은 정당한 검증이다. 다만 판사의 출신이나 정치적 성향을 추정하는 것으로 판결 분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특검은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어느 진영의 승리를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기소 측은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고, 법원은 그 증거를 받아들이거나 배척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정치인은 확인된 사실에 관한 유권자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무죄를 존중하는 일과 권력을 검증하는 일은 함께 갈 수 있다. 두 책임을 구별하면서도 어느 하나를 놓치지 않는 것이 이번 판결을 대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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