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KIET)은 23일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안정 효과' 보고서에서 같은 주유소에서 판매한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의 가격 변화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2023년 1월 1일부터 2026년 9월 16일까지 주유소별 일별 가격자료를 활용했다. 주 분석에는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매일 두 유종을 판매한 주유소 1512곳의 지난해 이후 자료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최고가격제 적용 대상인 보통휘발유와 적용 대상이 아닌 고급휘발유의 가격이 제도 시행 전후 얼마나 다르게 움직였는지 분석했다. 같은 주유소에서 판매한 두 유종을 비교해 국제유가·환율 등 공통 요인과 주유소별 특성의 영향을 통제했다.
이는 보통휘발유의 실제 판매가격이 정책 시행 전보다 해당 금액만큼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고급휘발유의 가격 변화를 비교기준으로 삼았을 때 보통휘발유의 가격 상승폭이 작거나 하락폭이 컸다는 의미다.
주유소 표본 선정 기준을 달리하거나 분석 시작연도를 2023년 또는 2024년으로 바꿔도 상대가격이 낮아지는 방향은 유지됐다. 지역별로도 2~6차와 7차 이후에는 17개 시도 모두에서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이를 최고가격제가 가격 상승을 완충하거나 비용 하락분의 소매가격 반영을 앞당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했다.
다만 추정치를 보통휘발유에 대한 정책효과로 해석하려면 추가 가정이 필요하다. 고급휘발유에 직접·간접적인 정책 파급이 없고 제도가 없었다면 두 유종의 평균 가격 변화가 같았을 것이라는 전제다. 유종별 원가와 수요, 재고 차이도 추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
보고서는 가격안정 성과와 함께 제도 유지에 따른 비용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가격제를 급격한 유가 충격을 완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되 장기화에 따른 손실보전 부담과 공급·에너지 절약 유인 약화, 수혜의 형평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출구전략의 판단 지표로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상한이 실제 공급가격을 제약하는 정도, 공급가격 변화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정도 등을 제시했다. 판단 기준과 검토 시점을 공개하고, 안정 조건이 충족되면 급격한 해제에 따른 가격 반등 위험과 규제 연장 비용을 비교해 조정·종료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규제 축소 과정에서 소비자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는 상황도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고 회전과 소매가격 조정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전환 경로를 미리 알리고, 유류세 조정이나 지원 축소 시점이 겹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취약가계와 필수 운송 분야에 대한 선별 지원, 가격정보 제공과 경쟁 여건 개선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매량을 반영한 소비자 지출 절감액과 실제 손실보전액·관리비용을 같은 기간 기준으로 비교하고 제도 종료 이후에도 가격과 공급 상황을 살펴 정책의 순편익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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