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와 외국계 고빈도매매(HFT) 세력을 향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회 질타의 기본 전제와 논리 구조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8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이후 HFT 거래대금이 급증했으며 외국계 HFT 세력이 장 마감 시간대 리밸런싱 물량을 활용해 변동성을 키우고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및 공적 기능 분리 검토까지 요청된 상태입니다.
금융투자업계 실무자들이 문제 삼는 핵심은 HFT 통계 집계 방식과 유동성공급자(LP) 제도의 역할 구분입니다.
자본시장법상 LP는 ETF 등의 매수·매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양방향 호가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마켓메이커입니다. 이 과정에서 호가 제출 및 정정이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국회에서 제시된 HFT 거래대금 통계에는 LP의 유동성 공급 매매 내역이 함께 포함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는 지정된 의무에 따라 매수·매도 호가를 동시에 내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라며 "LP의 정상적인 매매 활동까지 HFT로 규정하고 변동성 확대의 주범으로 판단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거래대금 규모만을 이유로 변동성 유발이나 시세조종으로 단정 짓는 논리 역시 적절치 않다는 평가입니다.
특정 가격대에서 대량의 매수·매도 거래가 지속될 경우 거래대금은 크게 증가하지만 주가 변동성, 다시 말해 가격 변화 폭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거래대금의 크기가 곧 주가 변동성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으므로 호가창과 체결 내역에 대한 정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외국계 HFT 전문업체가 거래소 파생상품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우대 행위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해외 주요 거래소들이 파생시장 운용 및 유동성 관리를 위해 전문 금융사를 자문단으로 활용하는 일반적인 절차라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업계의 지적에 대해 김현정 의원실 측은 단순 LP의 정상적 유동성 공급이 아닌 LP 라이선스를 악용한 편법 매매 및 구조적 허점을 지적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LP 기능 자체를 고사시키자는 취지가 아니라 LP 자격 및 라이선스를 이용해 HFT 식 거래나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부작용을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울러 외국계 HFT의 자문위 참여 논란에 대해서도 거래소의 공적 기능 미분리 문제를 짚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원실 측은 "해외 거래소는 공적 기능이 없는 순수 영리법인이 대다수지만 한국거래소는 감리·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라며 "거래소에서 공적 기능을 떼어내지 않은 채 특정 외국계 HFT 업체를 자문위원으로 두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한국금융연구원 등 외부 기관과 함께 대용량 주문·체결 데이터를 바탕으로 HFT가 국내 증시의 유동성과 변동성에 미치는 실제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거래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FT의 영향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 검증 결과가 나오기 전에 추정치나 단편적인 수치만으로 규제 강화를 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명확한 분석에 기반하지 않은 제도의 변경은 시장 유동성 위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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