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③] 전국 방송이 놓친 우리 동네…지역채널의 존재 이유

  • '우리 동네'로 경쟁력 높이는 지역채널 "서경·JCN·CMB"

  • 지역성, 그 자체로 수익 보장 못해 "정책 지원 절실"



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③ 전국 방송이 놓친 우리 동네…지역채널의 존재 이유
[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③] 전국 방송이 놓친 우리 동네…지역채널의 존재 이유


중앙 정치와 경제, 국제 정세를 다루는 뉴스는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지역 의회가 어떤 조례를 논의하는지, 지방정부의 정책이 주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골목 상권과 지역 공동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전국 단위 방송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운영하는 지역채널은 이러한 정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지역 행정과 의회, 재난·안전 정보부터 마을 행사와 소상공인, 지역 고유의 문화와 언어까지 주민 생활과 밀착한 소식을 전달한다. 다만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로 시청 행태가 바뀌면서 지역채널의 공적 가치가 실제 시청과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어느덧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채널이 생존하려면 지역성을 더욱 세밀하게 구현하는 동시에 주민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을 통해 지역채널의 존재 이유를 알아본다.

 
지역채널의 존재 이유…"동네 이야기 전하는 소중한 창구"

이한오 SO협의회장KCN금강방송 대표
[이한오 SO협의회장(KCN금강방송 대표) / 출처 = 자체 그래픽]

이한오 SO협의회장(KCN금강방송 대표)은 지역채널의 핵심 역할로 첫째 지역 정보 유통, 둘째 보편적인 미디어 접근권 보장을 꼽았다.

이 회장은 "중앙의 미디어가 모든 지역의 이야기를 담을 수는 없다"며 "우리 동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기록하는 것이 지역미디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지역채널은 주민 일상뿐 아니라 지방자치와 지역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매 지방선거마다 후보자와 공약을 소개하고, 지역 현안에 관해 토론하며, 지방정부의 행정 정보를 전달한다. 주민이 지역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외에도 케이블TV는 고령층 등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이 회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편리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기술이 오히려 장벽이 되는 분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며 '미디어 기본 사회'를 실현할 수 있도록 누구나에게 방송 접근성이 높은 케이블TV의 강점을 소개했다.
 
우수 지역채널? "서경방송·JCN울산방송" 

서경방송 동네TV 6mm 우리가 간다 및 JCN울산중앙방송 동네방네 허반장  출처  각 방송사
[서경방송 '동네TV 6mm 우리가 간다' 및 JCN울산중앙방송 '동네방네 허반장' / 출처 = 서경방송 및 JCN울산중앙방송]

최근 학계에서는 지역성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진주 서경방송과 JCN울산중앙방송의 행보를 주목한다. 김연식 경북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사례 분석에 따르면 서경방송과 JCN울산중앙방송은 생활밀착형 콘텐츠와 선거·행정 프로그램, 지역문화 기록 등을 통해 지역성을 구현하고 있다.

우선 서경방송의 '동네TV 6mm 우리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은 마을 행사와 골목 상권, 주민들의 일상을 현장에서 취재해 전달한다. JCN울산중앙방송의 '동네방네 허반장'도 울산 각 동네의 생활 현장과 주민 인터뷰, 마을 행사 등을 소개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전국 단위 방송에서 비중 있게 다루기 어려운 지역의 소소한 소식을 주민에게 전달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와 선거 관련 콘텐츠도 지역채널의 중요한 역할이다. 서경방송은 지방선거 특집 프로그램과 후보자 토론회, 개표 생방송 등을 편성하고 기초자치단체의 행정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JCN울산중앙방송은 '이슈타파', '툭 터놓고 톡' 등의 프로그램으로 지역 이슈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 특히, 지난 6.3 지방선거 때에는 '1분 연설'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를 소개해 지역채널의 역할을 최대치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기록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서경방송의 '토박이말 나들이'는 서부 경남의 방언과 생활문화를 영상으로 보존하고, JCN울산중앙방송의 '우리동네 가수왕'은 지역 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발굴하고 지역 축제를 소개한다.
 
'모범 MSO' CMB "시민기자단 → 권역별 심층 방송"
CMB 시민기자단 관련 뉴스 보도  출처  CMB
[CMB 시민기자단 관련 뉴스 보도 장면 / 출처 = CMB]
대표적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MB도 주민 생활과 밀착한 콘텐츠 제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주민이 직접 생활 속 불편을 취재하는 'CMB 시민기자단'과 지역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권역별 심층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시민기자단의 보도는 실제 행정과 의회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2022년 9월에는 인도에 불법 설치된 에어간판으로 보행이 불편하다는 문제를 보도해 공론화했고, 이후 광주 지역에서 관련 단속과 계도가 강화됐다. 2023년 8월에는 파손된 보도블록과 고르지 않은 점자블록으로 장애인의 이동이 어렵다는 문제를 다뤘다. 해당 보도는 개선을 촉구하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으로 이어졌다. 주민이 직접 발견한 생활 속 문제가 지역사회의 개선 과제로 연결된 것이다.

광주·전남권역의 심층 취재 프로그램 '들여다보는 로컬이슈'는 도시철도 공사 피해보상과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의 안전 문제, 과밀학급 배정, 공공요양병원 폐원 논란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을 다뤘다. 현장의 피해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구권역에서는 침체된 상권과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동대구터미널상가 상인과 점포별 특색을 소개하고, 지역 축제인 '동터 축제'를 특집 방송으로 다뤘다. 설과 추석을 앞두고는 동구·수성구 전통시장의 먹거리와 명절 풍경, 상인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주민의 관심과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채널이 단순히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 불편을 공론화하고, 지역 현안의 해결을 촉구하며, 골목 상권과 전통시장을 알리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발굴해 행정·의정활동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것이 지역채널의 존재 이유이자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지역성, 그 자체로 수익 보장 못해 "정책적 지원 절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처  방미통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 출처 = 방미통위]


지역채널이 주민 생활과 밀착한 콘텐츠로 차별성을 확보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 이탈이 빨라지고 지역채널의 시청 기반마저 약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역채널의 공적 역할을 고려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연식 경북대 교수는 지역채널 운영 의무가 SO에만 부과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SO는 법적으로 지역채널을 운영해야 하지만 인터넷TV(IPTV)에는 이에 상응하는 지역성 관련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역 SO가 운영하는 지역채널을 IPTV도 의무적으로 전송하고, 프로그램 공급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PTV가 지역채널의 유통망을 넓히고 제작 재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역채널의 해설·논평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정치 논평 콘텐츠가 활발하게 유통되는 상황에서 지역채널에만 해설·논평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지역 민주주의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방송 관련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역 SO의 공적 책무를 고려한 별도의 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기존 재원을 활용해 지역 SO가 일자리와 주거, 환경 개선 등 주민의 정주 여건을 높이는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홍 교수는 지역 시설이나 일회성 관광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실제 인구 유입과 정착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 재원을 투입하고, 지역 SO도 이를 수행하는 주체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콘텐츠 제작과 인력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지역 SO와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 기반 프로그램의 제작과 유통을 지원했으며, 지원 규모는 약 7억7000만원이다. 지난 10월 1일 국회에서 의결된 방송법 개정으로 중소 PP에 대한 지원 근거도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향후 시행령을 통해 세부 기준을 구체화하고, 재직자 교육과 예비 인력 양성, AI 솔루션 지원 및 실무인력 파견 등을 통한 제작 효율화도 검토할 방침이다.

지역채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유통·재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성이라는 차별점을 실제 시청과 수익으로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찾는 동시에, 지역채널이 수행하는 공적 역할에 상응하는 제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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