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은 시간, 잠든 아이의 방에서 ‘드드득’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아이가 이를 갈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데 벌써 이를 갈아도 괜찮을까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를 가는 걸까요?”, “이러다 치아가 다 닳아버리는 건 아닐까요?” 이갈이 소리를 들으면 부모는 치아 손상뿐 아니라 아이의 심리 상태까지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갈이가 반드시 아이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소아 이갈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어른의 이갈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왜 이를 갈까요? 최근에는 수면 중 이갈이를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잠자는 동안 뇌와 신경계의 조절에 따라 나타나는 저작근의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가 완전히 활동을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수면 중에는 뇌와 자율신경계가 순간적으로 활성화되는 '미세각성(micro-arousal)'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일부 이갈이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되어 발생합니다. 이 밖에도 유전적 소인이나 수면 상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갈이는 코골이와도 연관될까요? 이 점이 흥미로운 점이고 또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최근 소아 이갈이 연구에서 주목받는 부분이 바로 수면호흡장애와의 관계입니다. 이갈이 아이들에게서 코골이나 수면호흡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 이갈이가 수면호흡장애 때문에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두 현상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 역시도 아직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치아가 맞지 않아서 이갈이가 생긴다는 오래된 가설도 현재는 주요 원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갈이를 치료한다는 이유만으로 교합을 조정하거나 교정을 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소아 이갈이는 성장 과정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며, 일부 아이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빈도나 강도가 감소합니다.
이를 갈면 치아가 약해질까요? 치과에서 가장 많은 보호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치아 손상입니다. 반복적인 이갈이는 경우에 따라 치아 마모나 시린 증상, 턱 주변 근육의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에는 음식을 씹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마모도 있기 때문에 치아 끝이 조금 닳았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갈이 소리가 크다고 치아 손상도 심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치아가 얼마나 마모되었는지, 아이가 씹을 때 불편해하는지, 아침에 턱이 아프다고 하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인처럼 마우스피스를 만들어 주면 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성장기 아이들은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올라오면서 치열과 교합이 계속 변합니다. 따라서 성인에게 사용하는 장치를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나 손상이 없다면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으며, 치료가 필요하다면 아이의 성장 단계와 치아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아이가 이를 간다면 우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만들어 주고, 잠들기 전에는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이갈이를 무조건 멈추게 하려 하기보다, 아이의 치아와 수면이 건강한지를 먼저 살펴보세요.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