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용 유리기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SKC 등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유리기판 상용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초기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반도체 유리기판 캐리어 양산라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천옌순 BOE 회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행사 'IPC 2026'에서 "반도체 유리기판 캐리어 양산라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사와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BOE는 3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BOE는 중국 패널 업체 중 유리기판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BOE는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유리코어 등 일부 제품 샘플을 잠재 고객사에 공급했다. 장기적인 생산라인 확대 계획도 마련한 상태다.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빨라도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중국 패널 업체들도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TCL 차이나스타(CSOT)는 유리기판 패키징 핵심 공정을 검증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올해 하반기 시제품 공개와 파일럿 생산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비전옥스도 지난해 유리기판 제조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구성하고,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패널 업체들은 LCD 사업에서 쌓은 유리 가공과 대량 생산 경험을 유리기판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대형 유리를 정밀하게 가공하고 안정적으로 양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디스플레이 제조 경험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 LCD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 패널 업체들이 AI 반도체용 유리기판을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SKC가 상용화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 계열 동우화인켐과 유리코어 합작법인 '글라셈(GlaSSEM)'을 설립한다. 삼성전기가 3191억원을 출자해 지분 66.2%를 확보하며 합작법인 자본금은 4821억원 규모다. 현재 세종사업장 파일럿 라인에서 유리기판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7년 이후 합작사를 통한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LG이노텍도 2028년 유리기판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KPCA 쇼 2026'에서 유리기판 기술을 선보이는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SKC는 미국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유리기판 평가와 고객사 인증을 진행하는 동시에 생산 수율과 품질 개선을 위한 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SKC도 최근 앱솔릭스 유상증자에 지분율 70.05%에 따라 약 281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유리기판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국내외 업체 대부분 파일럿 생산과 고객사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7~2028년 전후로 상용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시장 형성 단계부터 뛰어들면서 향후 유리기판에서도 한·중 간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유리기판은 베젤 없는 화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자 새로운 시장으로 도약할 기회"라면서 "제조업의 가장 큰 경쟁국인 중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고, 승자독식 구조가 강한 제조업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기업들도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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