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유산과 미술품이 영국 런던에서 한국의 2000년 역사와 문화를 펼쳐 보인다. 국보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고대 유물부터 백남준의 작품까지 한국미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10월 1일부터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을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국외순회전은 2021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의 국가 기증을 기념해 두 기관이 공동 기획한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2022)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올해 3월 시카고박물관에 이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국외순회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총 79건 164점과 국립현대미술관 15건이 출품되된다. 국보 10건 27점과 보물 13건 23점이 포함됐다. 특히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가 이번 순회전에서 처음 공개된다.
영국박물관 중앙 중정에 면한 전시실에 한국 역사를 관통하는 타임 터널을 설치해 시대별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미국 전시가 이건희 회장의 국가 기증과 미술의 공공 향유에 초점을 맞췄다면, 런던 전시는 한국 자체에 집중한다.
1부 ‘부와 권력’은 초기 철기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 고고·불교 유물을 통해 고대 국가의 형성과 발전을 보여준다. ‘날개 모양 관꾸미개’ ‘금동신발’ ‘토우 장식 토기’ 등 앞선 미국 전시보다 고고 유물을 대폭 강화했다.
2부 ‘지혜와 아름다움’에서는 고려 불화와 사경, 청자와 금속공예를 통해 고려의 기술과 미감을 조명한다. 3부 ‘배움과 즐거움’에서는 조선시대 유학자의 학문과 삶을 살펴보고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조선 후기 회화를 선보인다.
4부 ‘개성과 사회’는 대한제국 시기부터 현대까지 격변하는 사회 속 개인과 공동체를 다룬다. 박수근·김환기·이중섭·장욱진을 비롯해 백남순, 박노수, 박래현, 박생광 등의 작품이 나온다.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일월오악도’와 ‘까치와 호랑이’다. 강렬한 색채의 ‘일월오악도’는 이번 전시 포스터를 장식했다.
근현대미술에서는 1세대 여성 서양화가 백남순의 8폭 병풍 형식 유화 ‘낙원’(1936)을 비롯해 신학철의 높이 약 3.9m 대작 ‘한국근대사-종합’(1982~83)이 소개된다. 신학철 작품은 앞선 미국 전시에는 출품되지 않았다.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브람스’(1993)도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유홍준 관장은 “영국에서는 더 많은 국보와 보물이 포함된 옹골찬 구성으로 새로운 한국의 이야기를 선보일 것”이라며 “K-컬처의 뿌리를 찾아 영국과 유럽 전역의 많은 K-컬처 팬들이 런던을 방문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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