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교육&시선] 수시 원서접수 사이트 먹통..."책임은 무겁게, 대책은 신중히"

<교육&시선>은 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현장, 학령인구 감소, 요동치는 대입 제도 속에 초중등·고등교육의 이슈를 진단하고, 당면한 교육 현안·과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또 한편으론 지속 가능한 대안을 탐색합니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하지만 따뜻한 시선도 담겠습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먹통 사태 관련 교육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먹통' 사태 관련 교육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발생한 ‘2027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 먹통 사태’를 둘러싸고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교육 당국의 후속 조치를 둘러싼 혼란과 분노, ‘공정성’과 ‘형평성’ 훼손을 성토하는 거센 후폭풍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12년 동안 입시 하나만을 바라보며 피땀 흘려온 아이들의 운명이 마감을 불과 10분 앞두고 하얗게 멈춰 선 모니터 오류 창 앞에서 짓밟혔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접수 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궁여지책을 냈으나, 이미 예정대로 최종 경쟁률을 공개해 버린 대학들이 속출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불공정 논란’의 소용돌이로 번졌다. 마감 직전까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다 억울하게 기회를 놓친 이들과, 꼼짝없이 규칙을 지켜 일찌감치 지원을 마친 수험생 모두가 피해자를 자처하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참담한 분열이 빚어졌다.

사후 수습책 역시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또 다른 불씨를 낳았다. 교육당국은 14일부터 16일까지 최대 1200명 규모의 피해자 구제 신청을 접수했고, 총 1588건의 신청 중 전산 기록이 입증된 354건을 최종 추가 접수 처리했다. 연장 시간 동안 경쟁률을 확인하고 뒤늦게 지원한 3건에 대해 뒤늦게 접수 취소 권고를 내렸지만 “규칙을 지킨 다수의 수험생만 역차별당했다”며 연장 접수 무효를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했다. 오죽하면 주말 여의도 국회 앞 대규모 규탄 집회까지 예고됐겠는가.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자 국회와 정치권도 교육 당국을 향해 강한 질타를 쏟아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와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보안성과 공공성이 절대적인 대입 원서접수 시스템을 사기업에 맡겨둔 채 손을 놓고 있었다”며 당국의 관리 방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사태의 직접적 장본인인 유웨이어플라이 측은 사흘 만에 머리를 숙이며 “보안 업데이트 과정에서의 버그와 예상치를 웃돈 트래픽 증가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사태 전날 밤에도 서버 접속 불안정 조짐이 감지됐음에도 안일하게 묵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키웠다.

이번 참사는 우연한 전산 장애가 아니라, 예고된 시스템의 붕괴다. 현재 대입 원서접수 시장은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라는 단 두 민간 대행업체가 완벽하게 양분하고 있다. 막대한 전산 설비 구축비용 탓에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은 하늘처럼 높은 반면, 학령인구 감소로 시장의 추가 성장은 제한적이다. 시장 경쟁이 사라진 과점 체제 속에서 대행사는 수수료 챙기기에만 골몰하며 비상 인프라 확충에 인색했고, 대학들은 전형료 수입에 기대어 학생들의 접수 안전망을 하청업체에 외주화했다.

물론 일각의 주장처럼 당장 모든 시스템을 국가가 환수해 직접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매년 수백만 건의 원서가 특정 시간대에 폭증하는 입시 트래픽의 특수성, 200여 개 대학의 복잡다단한 수시 전형 요강을 매년 실시간 연동해야 하는 운영 노하우, 상시 시스템 유지에 따르는 막대한 국고 부담을 고려할 때 섣부른 ‘100% 공공 직영화’는 자칫 또 다른 행정 참사나 기술적 오류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일리가 있다. 과거 2013년 영국의 대학입학지원서비스(UCAS) 모델을 본뜬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추진이 민간 침해 논란과 기술적 한계로 표류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 당국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장 국가가 직접 운영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민간에 무책임하게 외주를 주고 방치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해결책은 흑백논리를 벗어난 정교한 ‘공공 거버넌스의 확립’에 있다.

정부는 민간 망을 활용하더라도 금융권이나 국가 기간망에 준하는 엄격한 ‘서비스 수준 협약(SLA)’을 법제화해야 한다. 마감 시한 트래픽 폭증을 분산할 수 있는 백업 클라우드 의무화, 장애 발생 시 징벌적 손해배상 및 대행 자격 박탈 등 강력한 통제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접수 결제망을 국가 표준 공통 플랫폼(API)으로 단일화하는 등 과점 기업의 손아귀에 갇힌 대입 창구를 단계적으로 공공의 통제선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아울러 대교협의 ‘대입전형기본사항’을 개정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규모별로 마감 일시가 집중되지 않도록 시차 분산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당장 새 외양간을 짓기 어렵다면, 썩은 기둥에 빗장을 지르고 관리자부터 똑바로 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헌법이 보장한 균등한 교육의 기회가 사기업의 불안정한 서버 장판 위에서 흔들리는 비극을 언제까지 방관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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