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은 몰랐다"…문화예술진흥법 전부개정안에 현장 반발

  • "공청회도 현장 의견 청취도 없어"

  • 문예위 역할 축소·예술산업 신설도 비판

사진문화연대 유튜브 채널 갈무리
긴급 토론회 '예술의 길을 열어야 한다' 모습 [사진=문화연대 유튜브 갈무리] 

 

“법체계를 사실상 새롭게 만드는 것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개정안을 아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진흥법 전부개정안을 두고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세다. 향후 문화예술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법안인데도, 예술인들과 논의도 없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예술계에서는 '사후 통보'에 가까운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과 함께 예술을 '산업'의 잣대로 재단하는 정책 방향이 기초예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장호 문화연대 정책위원장은 최근 서울 언더그라운드H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예술의 길을 열어야 한다'에서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문화예술진흥법 전부개정안이 공론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필요성은 문화예술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면서도 “지금 무엇을 위한 개정인지, 누가 어떤 절차와 방식을 통해 개정을 밟느냐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소통 부재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정윤희 작가는 “예술정책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예술인들에게 (이번 개정에 대해) 물어보니 다들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며 “문체부 산하 기관들도 잘 몰랐다. 기관 통합에 대해서도 ‘위에서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정책이 작동하고 만들어지는데 우리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문학평론가인 김대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도 “현장 의견 청취나 공청회가 없었다. 현장에서는 누구도 이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법의 직접적인 규율을 받는 기관들이 많은데 제대로 논의됐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정책의 대전환은 현장의 합의를 전제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 법이 통과한다고 해도 누구의 지지를 받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다른 쟁점은 '예술산업'이다. 예술계에서는 예술정책이 시장성과 산업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훈경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은 “효율성과 시장 논리라는 잣대로 문화예술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성이 높은 콘텐츠와 유통에만 예산을 쏟아붓는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 개정안이 산업 진흥의 탈을 쓴 기초예술의 퇴행이 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은 "마켓 형성과 해외 진출은 공공이 주도할 일은 아니다"라며 공공은 데이터 구축 등 민간이 하기 어려운 기반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른 기관 재편도 쟁점이다. 김대현 위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명칭을 ‘한국예술위원회’로 바꾸고, 예술경영지원센터를 법정기관인 ‘한국예술산업진흥원’으로 전환하는 안, 문화예술진흥기금 용도에 예술산업 경쟁력 강화와 융자 등을 신설하는 방안이 개정안에 포함된 점을 거론했다. 김 위원은 “별도의 정책적 검토가 필요한 중대 사안들이 하나의 진흥법 개정안 안에서 처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 약화를 우려했다. 김 위원은 “예술현장이 참여하는 합의제 기구인 위원회의 역할이 개정안을 통해 분명히 축소된다”고 했다. 창작 지원은 위원회가 맡고 유통과 국제교류 등은 신설 진흥원이 담당하게 되면 창작부터 유통,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정책의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창작·유통·국제교류라는 가치 사슬은 인위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며 “조사·연구 기능까지 위원회에서 분리된다면 위원회는 자신이 설계하는 정책을 뒷받침할 근거를 산업 논리에 따른 진흥원에 의존해야 할 처지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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