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돋보기] 몬스타엑스, 허문 자리에 세운 현재

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무언가를 온전히 허문 자리에만 비로소 새로운 현재가 들어선다. 10년이라는 연대기는 분명 영광이었지만, 그 영광에 계속 기대는 순간 더 이상 다음을 세울 수 없다는 한계이기도 했다. 몬스타엑스(MONSTA X)는 스스로 쌓아온 기념비를 기꺼이 무너뜨리는 쪽을 택했다. 10주년 앨범 '더 엑스(THE X)'로 익숙한 관성을 깨고 정면으로 부딪히길 택했던 이들은 신보 '더 페이즈(The Phase)'를 통해 완전히 비워낸 자리 위에 새로운 뼈대를 세웠다. 제 손으로 지난 관성을 부수고 덜어낸 뒤에야 이들은 가장 몬스타엑스다운 현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더 엑스'가 던졌던 질문에 '더 페이즈'는 명쾌한 답으로 응수한다. 전작이 "틀을 깨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세로 내면의 혼란을 고백했다면 이번 앨범은 치열한 사유 끝 몬스타엑스가 도달한 가장 단단한 결론이다. 이들이 찾아낸 답은 과거를 복제하는 일도 낯선 트렌드를 무작정 흉내 내는 일도 아니었다. 몬스타엑스의 근간인 묵직한 사운드 위에 지금 이 순간 K-팝 씬이 요구하는 세련된 질감을 얹는 방식이었다.

9월 4일 발매된 '더 페이즈'는 하나의 감정이나 이미지로는 설명되지 않는 몬스타엑스의 현재를 각기 다른 무드와 감정의 방향을 지닌 6개 트랙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몬스타엑스의 정체성부터 자신감과 패기, 사랑의 감정, 그리움과 희망까지 다양한 결의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팀의 현재를 담아냈다. 이 같은 결론은 여섯 트랙 각각의 장르적 질감에서도 드러난다. '매직(MAGIC)'에서는 강한 드라이브감과 팝 댄스 멜로디를 오가는 유연함이, '타입 엑스(Type X)'에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존재감과 자신감이 나타난다. 데뷔 11년의 생존기를 그린 '서바이버(SURVIVOR)'가 묵직한 패기를 보여준다면 '일렉트릭 하트(Electric Heart)'는 몬스타엑스표 2010년대 R&B 감성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댓츠 마이 걸(That's My Girl)'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끌리는 감정을 시네마틱한 무드로 풀어냈다면 '스위트 나잇, 스위트 모닝(Sweet Night, Sweet Morning)'은 애틋한 그리움과 희망을 서정적인 어쿠스틱 선율에 담았다. 여섯 트랙은 저마다 다른 결을 지녔지만 몬스타엑스라는 구심점 안에서 흐트러짐 없이 정교하게 맞물린다.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러한 조화는 팀의 서사와 서로의 역량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는 멤버들이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주도했기에 가능했다. 주헌은 '매직'을 비롯해 '타입 엑스', '서바이버', '일렉트릭 하트'까지 총 네 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이번 앨범의 실질적인 설계자 역할을 했다. 형원은 '스윗 나잇, 스윗 모닝'을 직접 쓰며 앨범의 정서적 여운을 완성했다. 보컬의 밸런스 또한 앨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메인 보컬 기현은 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보컬 운용으로 트랙의 서사를 폭발력 있게 견인한다. 여기에 셔누와 민혁은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보컬로 에너지 있는 곡에 세련된 질감을 덧입히며 곡의 밸런스를 견고하게 잡아준다. 비록 아이엠은 군 복무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멤버들이 빚어낸 견고한 밸런스는 오히려 그의 합류를 기대하게 한다. 훗날 아이엠의 색채가 더해졌을 때 일으킬 파장이야말로 '더 페이즈'가 예고하는 또 다른 확장이다.

멤버들 역시 이번 앨범의 의미를 '변화'에 뒀다. 민혁은 몬스타엑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금 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고, 기현 역시 "몬스타엑스가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형원은 "분명한 색깔 안에서도 계속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앨범으로 증명"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익숙한 얼굴에 안주하지 않고 그 위에서 다시 움직이겠다는 다짐은 실제로 '더 페이즈'라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완성에 안주하지 않고 늘 다음을 그리는 태도와 오랜 시간 다져온 이해와 신뢰가 앨범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민혁이 말한 "10년이 지나도 다음 음악이 궁금한 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정직한 고민은 실체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몬스타엑스는 지난 11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매직'으로 9월 둘째 주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5세대 신인들의 각축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지금, 데뷔 12년 차 현역 그룹이 지상파 음악방송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순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글로벌 반응도 뒤따랐다. '더 페이즈'는 발매 직후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앨범 차트 6위에 올랐고 톱 100 K팝 앨범 차트에서는 미국, 영국, 브라질, 튀르키예 등 11개국에서 1위, 인도네시아·독일·캐나다·호주 등 14개국에서 톱5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Forbes)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새로운 음악적 도전에 대한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활동을 마무리한 뒤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9월 19일 자 빌보드(Billboard) 차트에서는 '빌보드 글로벌 200'에 신규 진입했고, '빌보드 아티스트 100'과 '인디펜던트 앨범'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톱 앨범 세일즈'에서는 7위, '월드 앨범'에서는 3위를 기록하며 국내를 넘어선 영향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몬스타엑스가 오랜 시간 구축해온 본질의 힘이 척박해진 음악 시장과 세대교체 속에서도 여전히 묵직하게 통용된다는 정직한 성적표인 셈이다.

10년의 연대기를 통과한 아티스트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자리는 과거를 추억하는 훈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현재성이다. 몬스타엑스는 '더 페이즈'를 통해 관록에 기대지 않고 여전히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호흡하는 현역의 무게감을 증명해 냈다. 고민은 깊었고 대답은 명쾌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답변이었다. 스스로를 허물고 난 자리에 새 페이즈를 연 이들은 왜 몬스타엑스가 '현재 진행형'인지를 다시 한번 입증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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