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항만공사 노조, 통합 반발…"편익·비용 분석부터 공개해야"

  • 통합 효과 사전검증 없이 결정

  • 지역별 영향·보완책 제시해야

4대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1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재정경제부 앞에서 허장 재경부 제2차관의 항만공사 통합 관련 발언 반박 기자회견 및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항만공사노동조합
4대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1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재정경제부 앞에서 '허장 재경부 제2차관의 항만공사 통합 관련 발언 반박 기자회견 및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항만공사노동조합]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추진에 반발하며 통합에 따른 편익과 비용, 지역별 영향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개 항만공사 노조는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이 최근 방송에서 밝힌 항만공사 통합 관련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노조는 항만공사 통합이 지역균형발전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 설명에 반발했다.

허 차관은 지난 7일 KTV와 8일 MBN에 출연해 공공부문 기능개혁의 일환으로 항만공사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통합 이후에도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의 항만공사는 물리적으로 유지하되 정책 결정이나 기획 기능 등을 조정해 항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항만공사 제도가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 지역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분권형 운영체계라고 주장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환적, 울산항은 액체화물·에너지, 광양항은 벌크·철강원료,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과 대중국 교역 등 항만별 기능과 배후산업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항만별 특성을 고려하면 각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책임경영이 중요하며,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 기능을 하나의 기관에 집중하는 방식은 기존 제도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허 차관이 방송에서 현재 단계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공공부문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데 대해 노조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011년 정부 연구에서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연간 절감 효과를 약 50억원으로 분석하면서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한 사례를 제시했다. 2026년 4개 항만공사 예산액은 부산 1조9032억원, 인천 6816억원, 여수광양 3715억원, 울산 2031억원 등 총 3조1594억원이다. 노조는 과거 연구와 현재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통합 효과를 뒷받침할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통합 추진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통합 방침을 발표한 뒤 다음 날 편익 분석에 착수했다고 언론에 밝힌 점을 들어 ‘선통합·후검증’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국민 편익과 비용, 지역별 영향 등을 먼저 검토한 뒤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합 이후 지역 항만공사의 역할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노조는 통합본사가 정책결정과 개발·운영·물류·마케팅 등 핵심 권한을 가져갈 경우 지역에는 집행 기능만 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기존 항만공사의 권한을 유지하면서 통합본사를 추가하면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항만공사 간 협력이 필요하다면 통합보다 기존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만공사법에는 공사 간 협의·조정을 위한 항만공사운영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며, 4개 항만공사가 공동 해외사업 등을 위해 협력해온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정부에 통합의 국민 편익과 비용, 인천·부산·울산·여수광양 등 지역별 영향 및 보완책에 대한 분석자료를 공개하고 노동조합과 항만공사, 지방정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송명섭 전국해양수산노동조합연합 의장은 "정부가 기대를 말하기 전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통합의 편익과 비용,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질적인 논의의 공청회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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