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통신정책의 무게중심을 요금 인하와 사업자 확대 중심에서 미래 네트워크 투자 촉진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아니라 지연시간·보안·안정성 등 네트워크 품질을 보장하고 대가를 받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전환(AX)과 6G 시대를 대비한 통신산업의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박사는 AI 확산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이은 두 번째 네트워크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기존 인터넷 트래픽은 영상 시청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내려받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며 "반면 AI 시대는 이용자가 이미지·영상·음성 등 대용량 데이터를 서버로 올리고 AI와 지속해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업로드 트래픽까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AI 트래픽은 48배, AI 연계 트래픽은 3.6배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AI 기반 트래픽이 전체 트래픽의 약 6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1기가급 인터넷 실질요금은 2014년 3만8500원에서 2025년 3만1124원으로 19.2% 하락했다. 통신 3사의 평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2019년 3만1103원에서 2025년 2만8746원으로 7.6% 감소했다.
이 박사는 "국내 통신정책이 그간 경쟁 촉진, 요금 인하를 중시해왔지만 앞으로는 네트워크 투자 지속 가능성,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통신사가 이미 충분히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발제자들은 국내 통신정책의 중심을 현재의 요금 인하·사업자 수 확대·이용자 보호에서 벗어나 미래 네트워크 투자, 산업 경쟁력 확보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AI와 6G 시대에서는 통신사가 △초저지연 △안정성 △보안 △우선 처리 △연결 가능성 등 네트워크 품질을 보장하고 대가를 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공통적으로 통신 정책이 투자·혁신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상민 SKT 부사장은 "현재의 통신정책이 요금 인하와 사업자 수 확대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알뜰폰이 이미 주요 경쟁축으로 성장한 만큼 가입자 확대 중심의 양적 육성에서 서비스·기술 차별화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위해 MNO와 MVNO 간 자율협상을 확대하고 도매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G 종료 등 레거시장 전환을 정부와 사업자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와 그에 따른 수익이 분리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은일 KT 상무는 상무는 "통신사가 네트워크 투자비를 부담하지만 이에 따른 수익은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품질 보장형 서비스를 우선 출시한 후 영향을 검증하는 규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6G 주파수, 해저케이블, 저궤도 위성 등 전략 인프라에는 세제·금융 지원과 공공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신 산업의 낮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규화 LG유플러스 상무는 "통신 3사의 요금 차별화를 어렵게 하는 규제를 완화해 요금 설계의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이용자를 보호하되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정책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기존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에 더해 네트워크 투자 촉진을 통신 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석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투자 촉진을 정책 방향 가운데 하나로 본격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며 “최근 구성한 민관협의체에서 기존 레거시망을 어떻게 전환할지, 차세대 인프라 투자를 어떻게 추진할지 통신사들과 종합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위성·해저케이블·클라우드·AI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만큼 전기통신사업법의 기존 틀을 넘어선 포괄적인 법·제도와 사업자 간 협력·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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