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표까지 흔들고 있다. 공급 부족과 부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보급형 스마트폰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중소 스마트폰·노트북 제조업체들은 메모리 공급난이 적어도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제품 설계와 부품 조달 전략을 바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7년이 공급 측면에서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수 있고 수요가 공급능력을 웃도는 상황이 그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타격은 보급형 스마트폰에서 특히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14.3% 줄어 역대 최대 연간 감소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0달러 이하 제품이 메모리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영향은 200~600달러 제품군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 제품일수록 부품 가격 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네덜란드 스마트폰 업체 페어폰의 레이먼드 판 에크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약 400달러짜리 스마트폰의 경우 메모리가 전체 부품원가의 최대 60% 가까이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보급형 제품은 가격을 올리거나 사양을 낮추지 않고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실제 스마트폰 가격도 오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스마트폰 가격은 평균 약 15% 상승했고, 올해 새로 출시된 모델 가격은 전년 동기 출시 모델보다 평균 25% 높아졌다. 일부 업체는 저장용량이나 카메라 사양을 낮추고, 특정 시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4G 제품을 다시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모리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퀄컴이 고객사에 9월 1일 이후 출하 제품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는 로이터에 9월부터 가격을 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메모리를 비롯한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인도에서 기존 아이폰 가격을 최대 41% 인상했다. 기본형 아이폰17은 약 21%, 아이폰 에어 1TB 모델은 41% 올랐다. 다만 인도에서는 메모리·스토리지 비용뿐 아니라 부품 수입비용과 세금 등 현지 요인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AI발 메모리 부족만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제조업체들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핀란드 스마트폰 업체 욜라는 다양한 메모리 부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를 바꿨고, 노트북 제조사 프레임워크는 기존 기기의 메모리를 새 제품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운터포인트는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새 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 제조사들이 보급형 모델 수를 줄이고 고가 제품에 집중하거나, 소비자들이 중고·리퍼비시 제품과 기존 스마트폰 수리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시작된 메모리 확보 경쟁이 결국 일반 소비자의 스마트폰 선택지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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