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투자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야간 주식 거래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한국거래소(KRX)가 정규장이 끝난 뒤에도 저녁 8시까지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전날(14일) 공식 개장하면서 본격적인 24시간형 주식시장 시대의 막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퇴근 시간대 야간 거래는 대체거래소(NXT)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정규 거래소인 KRX가 전면에 나서면서 진정한 의미의 '거래소 무한 경쟁 시대'가 시작된 것인데요. 첫날 거래 대금만 무려 1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 한편, 아침부터 주요 증권사 전산망이 먹통이 되는 등 성장통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밤을 지새우게 될 KRX 애프터마켓의 첫날 풍경과 투자자들이 반드시 체크해야 할 포인트들을 짚어봤습니다.
첫날에만 1.8조 쏠렸다…대체거래소(NXT)와 파이 나눠먹기 본격화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어제(14일) 처음 문을 연 KRX 애프터마켓(오후 4시~오후 8시)의 첫날 성적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습니다. 하루 동안 집계된 거래량은 7224만주, 거래대금은 1조8177억원에 달했습니다.이는 같은 날 열린 KRX 정규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체 거래량(9억5만주)과 거래대금(25조8082억원)의 각각 8% 안팎(거래량 7.04%, 거래대금 8.03%)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동안 퇴근 이후 시간대에 주식 시장이 닫혀 답답함을 느꼈던 퇴근길 개미들의 잠재된 매수·매도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14일부터 투자자의 주문을 가장 유리한 조건의 거래소로 자동 분산시켜 체결해 주는 최선주문집행(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이 애프터마켓까지 확장 운영되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습니다. 개장 첫날 야간 거래 시장 점유율은 NXT와 KRX가 정확히 반반씩(50:50) 양분하는 팽팽한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독주하던 대체거래소에 맞서 한국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주도권 싸움에 불을 붙인 셈입니다.
첫날 터진 '아침 먹통' 사태…SOR 연장 셋업이 낳은 성장통
그러나 시장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정작 주식거래의 관문 역할을 하는 증권사 전산망은 개장 첫날부터 비명을 질렀습니다. 정작 애프터마켓이 열리기도 전인 14일 오전 프리마켓(장전 거래) 시간대부터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산 장애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오전 한때 일부 고객들의 매수·매도 주문 체결 조회가 지연되며 투자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비슷한 시각 삼성증권에서도 고객이 넣은 주문 취소가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출근길 장전 거래로 변동성에 대응하려던 개미 투자자들은 제때 주식을 팔지 못해 큰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전산 오류의 범인으로 'SOR 시스템의 야간 연장'을 꼽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애프터마켓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낮 정규장에만 작동하던 SOR 시스템이 오후 8시까지 4시간 30분 더 늘어나게 됐는데요. 증권사들이 이 연장된 거래 시간과 새로운 시스템 변경값을 서버에 처음 적용하고 호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전산 병목 현상과 시스템 버그가 발생했다는 분석입니다.
한 대형 증권사 IT 담당자는 "기존 정규장과 주간 전산 마감, 그리고 야간 애프터마켓 정산 프로세스가 톱니바퀴처럼 매끄럽게 돌아가기까지는 실무적 시차가 더 필요하다"며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안착할 때까지 증권사들의 서버 과부하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거래량 착시·비용 증가…야간거래 개미가 주의할 3가지
그렇다면 이제 밤 8시까지 주식 창을 열어둘 수 있게 된 개인 투자자들은 무조건 환호하기만 하면 될까요? 전문가들은 야간 거래가 주는 편의성 뒤에 숨겨진 덫을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첫째, 얇은 호가창(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널뛰기 위험입니다. 비록 첫날 1조8177억원의 자금이 쏠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규장(25조원)에 비하면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매도 잔량이 빽빽하게 쌓여있지 않은 상태다 보니, 적은 주문만으로도 주가가 2~3% 이상 순식간에 튀어 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야간 거래 시에는 시장가 주문 대신 반드시 내가 원하는 가격을 직접 입력하는 '지정가 주문'을 활용해야 예기치 않은 비싼 가격 체결(오버슈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시스템 오류 및 체결 지연 위험입니다. 어제 증권사 전산 장애에서 보듯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 초기에는 마감 직전 주문이 몰릴 경우 체결 지연이나 정산 오류가 불거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특히 당일 변동성이 컸던 종목을 야간에 급하게 정리하려다 주문이 꼬여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셋째, 증권사별 SOR 및 수수료 체계 점검입니다. KRX와 NXT가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내가 쓰는 증권사의 애프터마켓 수수료율이나 SOR 설정 기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문이 주간 정규장과 동일한 수수료 혜택을 받는지, 가장 유리한 가격의 거래소로 분산 체결되는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설정창을 체크해야 합니다.
"주식시장도 24시 편의점 시대"…체질 개선의 분수령 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KRX 애프터마켓 개장을 한국 증시가 진정한 선진형 시장 인프라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로 평가합니다. 이미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 등 글로벌 선진 거래소들은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폭넓게 운영하며 하루 16시간 이상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시차 제약 없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두고 있습니다.시장 관계자는 "국내 일부 증권사의 초기 전산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KRX의 애프터마켓 도입으로 시장 전체의 거래 대금이 늘어나고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퇴근길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주식을 사고파는 야간 주식 거래 시대. 팍팍한 일상 속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거래량 뒤에는 얇은 유동성과 전산 오류라는 부작용이 공존하는 만큼, 퇴근길 개미들의 각별하고 꼼꼼한 투자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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