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조절? 찻잔 속 태풍"… K-반도체, 추론 칩 폭증에 '타격 제로'

  • 2분기 D램 매출 59.5% 급증…수출액 사상 최대

  • AI, '실제 활용' 단계로 접어들며 범용 D램 수주 다변화

  • "트래픽 폭증으로 메모리 생태계 수혜 지속"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제기된 'AI 속도 조절론'의 여파로 반도체 슈퍼사이클 피크아웃(정점 후 하강)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영향권에서 벗어난 분위기다. AI 서비스 상용화에 따른 '추론용' 데이터 처리 급증으로 범용 메모리 수요가 탄탄한 하방 지지선을 구축하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D램 산업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59.5% 급증한 1547억3000만달러(약 208조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에 힘입어 점유율 39.4%로 1위를 차지했다. HBM 수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 평균 수출 단가는 불과 두 달 새 31% 상승한 76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부가 메모리가 실적을 강력히 견인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서버용 HBM 수요 급증과 범용 D램의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D램 산업 전체의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AI 속도조절론이 반도체 실물 경기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선을 긋는다. 주요 AI 기업들이 겪는 인프라 구축 비용 부담과 상장을 앞둔 수익성 개선 압박이 만들어낸 재무적 숨고르기일 뿐 수요 자체의 꺾임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빅테크의 속도 조절론은 거대 모델 학습 과정에서 누적된 천문학적 비용을 관리하고 수익 구조를 재정비하기 위한 내부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며 "이를 반도체 산업 전체의 수요 절벽이나 피크아웃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현장 데이터와 동떨어진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AI 투자 경고음 속에서도 해외로 나가는 국산 반도체 칩은 오히려 더욱 늘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467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7% 폭증한 수치다. AI 투자 변곡점으로 우려됐던 실질적인 메모리 주문 축소는커녕 주요 제품 가격 상승세까지 더해지며 가파른 수출 강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AI 시장의 중심축이 대규모 AI 모델을 만드는 '학습용'에서 실질적 서비스를 작동시키는 '추론용'으로 이동하면서 K-반도체의 포트폴리오은 한층 다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딜로이트에 따르면 올해 전체 AI 연산에서 실제 서비스에 쓰이는 추론 비중이 66%까지 늘었다. 학습용 연산 규모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AI를 학습시키는 단계를 넘어 일반 사용자가 쓰는 '실제 서비스' 단계로 접어들면서 고성능 HBM뿐만 아니라 GDDR7, LPDDR5X 등 범용 D램으로 고객사 주문이 몰리는 이유다.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거대 모델 구축을 둘러싼 과열과 속도전은 잠시 둔화할지 몰라도 수억 명의 이용자가 일상에서 AI를 쓰며 발생하는 실시간 추론 트래픽은 본격적인 도약기에 들어섰다"며 "학습용 칩에만 집중되던 메모리 수요가 범용 D램 등 시장 전체로 넓어지면서 한국 반도체의 실적을 받쳐주는 힘은 한층 견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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