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신에게는 아직 1.2만 그루의 금강송이 남아있습니다

  • 이순신 장군의 결기로 소나무숲 재선충병 극복하자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


국가전략자산 금강송 활용 – 이순신 장군의 결기로 재선충병 극복

“신에게는 벌기령에 도달한 1만2000그루의 금강송이 남아 있습니다.”
1597년 명량해전 직전인 칠천량 해전의 대패로 조선 수군이 거의 궤멸에 이르자 선조는 수군 해체를 명령했다. 무능한 왕과 장수가 수군을 망치자 성웅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유명한 상소로 절망을 희망으로 반전시켰다. 12척의 판옥선은 나라를 지켜낸 불굴의 상징이자 절대 무기였다. 이를 오늘날 소나무 재선충병 위기에 패러디한 것이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쳤던 이순신의 백척간두의 결기로 소나무숲의 위기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벌기령이 되었고 재선충병에 걸릴 수 있는 소나무(금강송)는 우리 목재 산업을 일으킬 12척의 판옥선으로 비유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베어내는 것을 두려워해 방관하면 숲 전체가 죽을 수 있다. 벌기령이 된 금강송을 적극 목재로 활용하고 그 자리에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사즉생’의 순환 경영이야말로 금강송 영혼을 살리는 길이다. 이는 산림 최강국인 독일 등 유럽에서 검증된 전략이다. 온난화로 인해 병충해에 ‘혼효림’이 강하다는 것은 국가 산림정책의 근본이 되었다. 

금수강산의 중추이자 생태계의 주축인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이라는 침략군에 의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임진왜란 때처럼 경남뿐 아니라 경북과 충청까지 붉게 감염되다 못해 눈이 내린 것같이 희게 썩어가고 있다. 이는 마치 명량의 바다를 앞두고 판옥선을 땔감으로 태워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결기를 오늘날 재선충병 방제를 넘어 산림자원 활용의 전략으로 투영해 보는 것이다.

먼저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다. 지난 38년간 약 2조원에 이르는 돈을 투자하고도 재선충병이 악화되고 있다. 재선충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필자가 유럽 국가들의 재선충병 사례를 분석했다. 먼저 우리와 유사하게 포르투갈은 실패했고, 독일은 재선충병 예방에 성공했다. 올해 포르투갈은 폭염과 가뭄에다 산불이 나 국토의 많은 숲을 불태웠다. 유럽 전문가들은 “온난화가 소나무 재선충병을 확산시키고, 감염목이 다시 불쏘시개로 국토를 황폐화시키는 악순환에 있다”고 진단한다.

독일 및 유럽은 어떻게 소나무 재선충병을 막고 목재를 활용하고 있는가?
유럽연합(EU)은 2012년 처음으로 이와 관련한 조례를 만들었고, 2년마다 현장 실사를 통해 업그레이드하고 있었다. 독일 바이에른주 산림청의 병충해검역 전문가인 루트비히 스트라세 팀장은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EU 가이드라인으로 재선충병에 걸린 숲나무가 발생하면 인근 500~100m까지 바로 벌채에 들어가 확산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벌채에 이어 바로 파쇄에 들어가는데, 파쇄 나무 크기를 3㎝로 제한하고, 목재를 56도 이상에서 30분 동안 열처리 이후에 외부로 반출한다”고 덧붙였다. 재선충병이 살아남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또 독일 산림전문가인 바이에른주 산림청의 헤르베르트 보르헤르트 박사는 필자에게 “딱정벌레에 감염된 소나무를 열처리해 패널 등 목재 활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산림산업을 자동차산업에 견줄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은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금강송 군락지 문턱까지 도달했다. 필자가 지난 8월 직접 확인한 현장인 경북 울진 소광리, 봉화 춘양면뿐 아니라 강원도 평창까지 재선충병에 걸린 일부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 산림청(청장 박은식)은 “재선충병 확산의 저지선인 국가방제벨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소나무 재선충병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약물 방제로 죽는 시간을 늦출 뿐이며  완전 치료가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독일 및 유럽이나 일본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벌기령에 도달한 금강송과 감염목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목재로 활용해야 한다. 결단력 있는 벌목과 방제 열처리는 재선충 병충해의 침략을 고립시키는 확실한 배수진이 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말한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즉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경구를 ‘산림 경영’에 도입할 때다. 벌기령이 된 소나무를 과감하게 베어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이다. 죽은 나무가 다시 부활해 승리의 판옥선이 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판옥선이 단단한 소나무로 만들어져 왜선의 두꺼운 안판을 깨부수는 방패이자 무기가 되었다. 재선충병에 공격당할 위기에다 벌기령이 된 금강송은 과감히 ‘솎아베기(간벌)’해 고급 건축재, 하이엔드 가구, 랜드마크 구조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숲에 햇빛과 바람을 들고 숲 자체의 생태적 면역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재선충의 위협에 두려워하지 않고 목재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교훈이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 기록에 거북선 목재가 금강송이라는 특정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1년 거북선 복원에 금강송을 사용했고, 소나무 전문가인 전영우 교수는 저서 ‘소나무와 우리 문화’에서 “거북선이 금강송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선은 국가적으로 소나무를 궁궐·왕실 건축 등에 사용하는 전략적 목재로 관리했다. 금강송은 ‘국가전략자원’으로 관리했다. 궁궐·왕실 건축, 사찰·공공건축, 군선 건조, 생활용품, 연료로 사용되는 등 국가 운영에 필요한 핵심 소재였다. 또 일제 역시 금강송의 가치를 알고 벌목해 일본 왕궁이나 신사 목재로 적극 활용했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금강송을 적극 활용할 때다. 최고 산림전문가로 산림청장을 지낸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벌기령이 된 금강송을 경제적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제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미 '금강송은 보호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 이번이 그 속편으로 '금강송을 국가전략자산으로 만들자'는 전략이다. 필자가 주창하는 ‘신산림국부론’이자 ‘제2 산림혁명’이다. 벽돌 두께만 한 책 ‘숲과 문명’ 저자인 존 펄린의 시각처럼 금강송이 우리 산림문명의 최고 자산이다. 

김길수 한국산림경영인협회 회장은 “국토 63%가 숲이고 그중 사유림이 66%에 이르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있다”면서 “2024년 기준 농가 소득은 5059만원, 어가 소득은 6365만원인 반면 임가 소득은 3841만원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또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은 22조22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4% 증가했고, 공익직불금은 3조615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반면 산림청 예산안은 3조1582억원으로 전년보다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토 63%가 숲인 나라에서 산림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편성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숲의 각종 병충해 방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역 및 산촌 인구가 감소하고, 임업인 소득이 적고, 국가 예산도 부족하니 재선충병 대응뿐 아니라 ‘지속 성장 가능한 산림경영’이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 

반전을 위해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필요한데, 재선충병 위기와 벌기령이 된 금강송을 거북선 정신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금강송 국가건축 프로젝트’로 이재명 대통령이 선포한 세종 이전 국회·대통령실 건축 등에 금강송을 활용하는 것이다. 유럽 산림 최강국처럼 법제로 공공건축물에 국산 목재를 일정 비율 사용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금강송을 ‘K-Timber’ 브랜드화 및 문화,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신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또 대기업이 투자해 그 수익금으로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강한 나무를 심어 금수강산을 만드는 것이다. 국가재난 수준인 재선충병을 극복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을 지휘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으로 양평 두물머리 포크레인 개발을 막은 윤종일 신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산지수’가 국가지도자의 가장 큰 의무”라고 지적했다.


김택환
숲칼럼니스트·국가비전전략가·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으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넥스트 포레스트- 신산림국부론>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400회 이상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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